김명수 대법원장의 ‘코드 인사’가 갈수록 도를 넘고 있다. 그제 발표된 법원 정기인사에서 장낙원 서울행정법원장과 오재성 전주지법원장 발탁 인사를 놓고 납득하기 어려운 코드 인사라는 비판이 거세다. 일선 지방법원장으로 승진한 고법 부장판사가 단 한 명도 없었던 인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진보성향의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회장 출신인 김 대법원장이 법원의 안정성을 흔들 정도로 진보 판사들을 챙긴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국민이 두렵지 않은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가장 심각한 것은 서울행정법원장에 대표적인 진보 판사를 기용한 점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정부 정책이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재판을 주로 담당하는 곳이다. 장 원장은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노무현정부 청와대에서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간사로 활동할 만큼 친정부 성향이다. 최근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한 ‘방역 패스’ 집행정지 신청을 심리해 유일하게 전부 기각결정을 했다. 작년 8·15 집회를 앞두고 보수 단체가 집회를 허가해 달라며 낸 신청도 기각한 바 있다. 오 원장 역시 우리법연구회 회장 출신으로, 김 대법원장의 지지 기반이 된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을 지냈다. 이러니 노골적인 측근 챙기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 아닌가.
그간 ‘승진 1순위’였던 고법 부장판사 중 일선 법원장이 한 명도 나오지 않은 것도 정상이 아니다. 고법 부장판사 대부분이 보수적이라 정권의 이해에 반하는 판결을 많이 한 탓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인사를 앞두고 고법 판사 13명이 이례적으로 줄사표를 낸 것도 ‘편중 인사’에 절망해서라고 한다. 승진이 보장된 대법원 재판연구관 5명이 한꺼번에 사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오죽하면 “법원이라는 난파선에서 선원(법관)들이 뛰어내리는 모습 같다”는 말이 나오겠나. 유능한 중견 판사들이 법원을 떠나면 좋은 재판을 받지 못하는 국민들이 피해를 보는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사법의 정치화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해 인사에서도 진보 판사들을 요직에 앉히고 조국 사건 담당 법관은 근무 기한을 넘겼는데도 유임시켜 물의를 빚었다. 반면 김경수 전 경남지사에게 유죄를 선고한 판사는 1년 만에 교체했다. 지난해 12월 법관대표회의가 “판사의 전보에 관한 인사 원칙과 기준은 준수돼야 한다”고 밝힐 만큼 법원 내 인사 불만이 팽배해 있다. 코드 인사는 사법 불신을 자초할 뿐이다.
[사설] 도 넘은 대법원장 ‘코드 인사’, 국민이 두렵지 않나
기사입력 2022-01-26 23:28:26
기사수정 2022-01-26 23:2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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