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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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지역보다 전문성… ‘실용·실력·실적’ 3實 내세운 새 정부

尹행보·인수위·총리 인선 등서 엿보여
진영 떠나 전문가집단 내각 구성 모색
전권 쥐어주고 결과·책임 묻겠단 의도
인수위, 4일 국정과제 초안 공유 전망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실용·실력·실적의 3실(實) 정부.’

오는 5월10일 출범하는 윤석열정부의 인선·국정운영 기조를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부터 조만간 발표될 초대 국무총리 등 내각 인선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행보, 대선 정책공약, 그간 발언 등을 종합해 보면 새 정부가 중시하는 가치들이 무엇인지 엿보인다.

초대 총리 후보자는 새 정부 내각 인선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1일 정례 브리핑에서 “윤 당선인께서 각계의 여러 의견을 듣고 있고, 결정할 시간이 다가왔다”며 “낙점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지만, 오래 기다리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 주변에선 경제·외교통으로 꼽히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 쪽으로 가닥이 잡혔단 말이 나온다. 경제 관료 출신인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도 압축된 후보군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중·노무현·이명박정부에서 두루 요직을 거친 한 전 총리가 첫 총리 후보자로 지목되면 진영이나 이념보다는 실력과 실적(경륜)을 우선시하는 윤 당선인의 인선 기준이 확고히 자리를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금융연수원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민통합위원회 1차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 당선인은 인수위 인선부터 진영이나 출신 지역보다는 전문성을 중시했다. 관료나 학계 출신, 실제 현장을 경험한 기업인 출신 인사를 중용했다. 경제2분과에 합류한 유웅환 전 SK혁신그룹장은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 있었다. 내각 하마평에 오른 인사들을 살펴보면 새 정부 내각은 ‘실력 중심의 전문가 집단’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경제부총리로 거론되는 추경호 의원와 강석훈 전 의원, 경제1분과 최상목 간사 모두 전문성을 갖춘 인사라고 평가받는다. 정치권에선 실용을 최우선 기치로 내걸었던 이명박정부 초기와 유사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새 정부의 최우선 당면 과제인 경제와 외교안보 분야 인선 역시 실용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등을 “이념에 따른 정책을 편 탓”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윤 당선인이 경제와 외교안보 분야에서 문재인정부와 상반된 방향성을 지향하는 만큼 전임 정부를 ‘비전문가 집단’으로 규정하기 위해서라도 이념보다는 실력을 중심으로, 실력이 있다면 좌우 진영을 가리지 않는 실용 인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정부의 이런 기조는 새 정부의 국정과제에서 잘 드러날 전망이다.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금 (인수위) 기획조정분과가 각 분과에서 작업한 국정과제 초안을 취합하고 있다”며 “오는 4일 인수위 전체회의에서 초안이 가공 전 형태로 공유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일 서울 종로구 집무실에서 아랍국가 대사들을 접견하며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이사 압둘라 술탄 알사마히 아랍에미리트 대사 대리, 자카리아 하메드 힐랄 알사디 오만 대사, 사미 알사드한 사우디아라비아 대사, 윤 당선인. 인수위사진기자단

◆인선·경제·외교안보 키워드는 ‘실용’… 검증된 인재 모시기

 

출범을 40여일 앞둔 1일 현재까지 윤석열정부의 인선과 국정 운영 방향성을 가늠케 하는 ‘실용·실력·실적(경륜)’ 중시 기조는 특히 새 정부 초대 국무총리 인선 하마평과 경제·외교안보 구상에서 잘 드러난다. 인선에서는 진영과 출신 지역 등을 의도적으로 고려하지 않는 대신 실력과 경륜을 중심으로 검증된 인재를 쓰겠다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의중이 엿보인다. 국정의 양대 축인 경제와 외교안보 분야에서 무엇보다 실용에 주안점을 두고 문재인정부와의 차별화를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책임총리제’를 언급하며 내각에 권한과 자율성을 주겠다고 공언했다. 이는 윤석열정부의 ‘미리보기’ 격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선과 운영 등에서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났다. 인수위는 안철수 인수위원장에게 전적으로 맡기고, 당선인은 대통령집무실 이전 문제나 외교안보 일정 등에 집중하는 식이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 세계일보 자료사진

초대 총리 후보자로는 김대중·노무현·이명박정부에서 진보와 보수정권을 가리지 않고 등용된 한덕수(73) 전 총리가 유력하다. 한 전 총리는 주미대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장관 등을 거치며 경제·외교안보 분야를 섭렵했다. 내부적으로 윤 당선인보다 10살 이상 많은 한 전 총리의 나이를 우려하기도 했으나, 윤 당선인은 개의치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나이가 기준이 아니라 국민의 민생을 책임지고 살필 수 있는 능력과 전문성, 역량이 기준”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다른 유력 후보군인 임종룡(63) 전 금융위원장 카드도 여전히 살아있다. 일각에서는 두 유력 후보가 모두 호남 출신이라는 점도 고려했을 거란 추측도 나오지만, 윤 당선인은 평소 주변에 “실력 있는 사람을 뽑다 보면 알아서 지역 안배가 된다”는 주장을 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윤 당선인은 이르면 오는 3일 총리 후보자를 발표한다.

 

윤 당선인의 국정 운영 핵심 키워드는 실용이다. 특히 경제와 외교안보 분야에서 실용 노선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민간이 주도하는 ‘공정 혁신경제’를 기치로 내건 윤 당선인은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간섭을 최대한 줄이고,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그러면서도 코로나19 손실 보상이나 사회적 소외계층에 대한 복지를 강조해 역대 보수 정권들과는 사뭇 다른 경제 기조를 예고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육군, 해군, 해병대, 공군 준장 진급자 삼정검 수여식에서 진급 장성의 거수경례에 답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미·중 패권전쟁의 가속화 등으로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윤 당선인은 미국과는 한·미 동맹 강화, 중국과는 상호 존중을 내세우고 있다. 미국에는 오는 3일 ‘한·미 정책협의 대표단’을 5박7일 일정으로 보내 워싱턴의 주요 인사들과 만나 양국 공조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현 정부에서 막혔던 한·일 관계도 협력 중심의 실용적 방식으로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한·일은 1999년부터 해상수색구조훈련을 시행해 오다 2017년을 마지막으로 중단했는데 김 대변인은 “해상수색구조훈련은 한·미·일 간 인도적 목적으로 시행해 왔다”고 언급해 문재인정부와 온도차를 드러냈다.


김현우·곽은산·김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