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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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의 일상 속으로 [밀착취재]

잡고 있어도 불안한 건… 아직 다 잡지 못했기 때문이야
거리두기 전면해제 기대와 우려 사이
밤새 내린 비와 불어온 바람에 서울 여의서로에 온통 벚꽃들이 내렸다. 3년 만에 개방한 벚꽃길의 차량 통제는 예정보다 빨리 해제됐다. 사람과 사람이 손을 잡고 마음껏 봄을 만끽하는 풍경이 일상이다.

따스한 봄바람에 목에 건 마스크가 날려 등에 달렸다. 바람 때문인지 가벼운 발걸음 덕분인지 마스크는 목 뒤에서 연신 춤을 춘다. 가끔 손가락에 걸린 마스크도 살랑거린다. 요즘 산책 풍경이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전면 해제됐다. 학교에서, 직장에서, 거리에서, 대중교통 안에서 여전히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몸짓과 표정에선 느긋함이 보이는 듯하다. 개인적인 느낌일까? 2020년 1월20일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후 지난 3월17일엔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62만1328명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다. 누적 확진자 수도 1700만명을 넘었다. 지금도 여전히 수만 명 안팎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지만 많은 것이 이전으로 돌아갔다. 아니, 이전의 일상과 현재 진행형인 일상이 뒤섞인 일상이 진행 중이다. 그런 일상을 기웃대 봤다.

“3년 만에 다시 만나요. 여의도 벚꽃길(여의서로) 보행로 개방(차량 통제).” 지난 13일 서울 여의서로 봄꽃길 교통 통제 일정이 당초보다 4일 앞당겨져 오전 11시부터 해제됐다. 전날 내린 비에 활짝 핀 벚꽃들이 모조리 땅에 떨어져 더 이상 교통 통제의 의미가 없어진 상황. 코로나19로 3년 만에 열린 여의도 봄꽃길 축제엔 26만명의 시민들이 찾아와 2022년의 봄을 만끽했고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느꼈다.

독립문광장 서울시 직영 코로나19 검사소. 오후 9시까지 여전히 운영 중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일상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주말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을 찾은 시민들. 요즘은 좀 더 자유롭게 공원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지난 18일부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유지돼 온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전면 해제됐고 25일부터는 코로나19가 제2급 감염병으로 지정됐다. 식당, 카페 등의 영업시간이 밤 12시를 넘어 무제한 가능해졌고 사적 모임 인원 제한도 폐지됐다. 결혼식장, 장례식장, 체육시설 등의 한 칸 띄어 앉기 등도 모두 해제됐다. 5월 하순이면 ‘확진자 자가격리 의무’도 폐지된다. 코로나19에 걸렸어도 감기처럼 관리하면 된다는 이야기다. 또 5월 2일부터는 야외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여전히 유지되는 것들도 있다. 실내 마스크 착용과 고위험 시설에 대한 방역조치 등은 여전히 유지된다. 없어지고 유지되고 많은 것이 바뀌지만 코로나19의 일상은 여전하다.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의 위험은 여전히 우리 주변을 맴돌고 있고 예기치 못한 아픔 또한 누군가에겐 일어나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모든 걸 보듬지 못하고, 예상은 하지만 좋은 결과를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다.

창동역 공영주차장, 잠실종합운동장 제2주차장, 월드컵공원 평화광장, 목동운동장 남문주차장, 광진광장, 동작 주차공원, 독립문광장, 테크노 근린공원. 8군데는 밤 9시까지 코로나19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하고 있다.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서울시에서 직영하고 있는 곳이다. 독립문광장 선별진료소 임재근 팀장은 “정확히는 4월11일부터 확연히 줄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하루에도 수백 명씩 검사를 하러 옵니다. 동네 병원도 저녁에는 문을 닫으니 검사를 받으러 오는 시민들이 꽤 있습니다. 요즘은 밤 9시까지 검사를 받으면 다음 날 오전 8시 이전에 결과가 나옵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운영합니다. 이제는 익숙해졌습니다. 지금은 이 자리를 지켜야겠지요.” 코로나19로 많은 것이 바뀌었고 바뀌는 중이고 회복되는 중이다. 앞으로의 일상은 결코 이전의 일상과는 같을 수 없겠지만 그래도 모든 것들이 일상이다.


사진·글=허정호 선임기자 hoy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