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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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푸틴 우크라 점령지 병합, ‘核 망동’ 꿈도 꿔선 안 된다

“헤르손 등 4곳 주민투표 90% 찬성”
정당성 없는 전쟁은 고립 자초할 뿐
핵타격 위협 김정은 반면교사 삼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어제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점령한 4개 주(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의 러시아 병합을 공식 선언했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헤르손주와 자포리자주를 독립국가로 승인하는 포고령에 서명했다. 포고령 서명은 이들 지역을 러시아 영토에 병합하기 위한 사전 절차로, 러시아 정부는 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에 대해선 지난 2월 독립국 지위를 부여했다. 이로써 4개 주를 러시아 영토에 편입하기 위한 법적 절차를 시작한 것이다. 4개 지역은 우크라이나 전체 영토의 16.5%에 해당한다. 앞서 4곳에서 러시아 병합 주민투표가 실시돼 90% 안팎의 압도적 찬성률로 가결됐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가짜 주민투표를 통한 영토 병합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다른 나라 영토를 무력이나 위협으로 병합하는 것은 유엔 헌장과 국제법에 위배된다”고 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주민투표는 완전한 가짜이며 결과는 조작된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의 4개 지역 병합은 2014년 크름반도를 빼앗았을 때와 같은 수법이다.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자 국제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로 용납될 수 없다.

미국은 러시아가 병합을 강행하면 이와 관련된 러시아·우크라이나 단체와 인사를 제재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수일 내로 추가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말에 그쳐선 안 된다. 국제사회는 국제적 규범을 해치는 러시아를 제어할 효과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일치된 목소리와 행동을 통해 러시아가 국제사회에서 외톨이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낄 정도로 강력한 제재를 해야 한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등을 확대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에 필요한 병력 확보를 위해 ‘부분적 동원령’을 내리면서 핵 위협 카드도 꺼내들었다. 서방의 위협을 핑계 삼아 핵 위협을 되풀이한 것이다. 러시아의 전세가 더 불리해지고 국제적 고립이 깊어지면 푸틴의 핵 위협이 현실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푸틴은 경거망동해선 안 될 것이다. 더 강력한 국제 제재를 자초해 러시아의 고립만 심화될 뿐이다. 러시아를 두둔해 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까지 우크라이나 전쟁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반전 시위가 벌어지는 등 러시아 국민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이 전쟁이 명분이 없다는 방증이다. 푸틴은 이제라도 이성을 되찾고 전쟁을 끝낼 방안을 찾는 게 현명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공격이 의심만 돼도 핵 선제타격을 하겠다는 내용의 법령까지 만들고 주변국에 핵무력 위협을 가하고 있다. 최근 닷새 사이 세 번이나 탄도미사일 도발에 나섰다. 7차 핵실험 준비를 마치고 버튼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김 위원장은 푸틴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무분별한 군사력 동원과 핵 위협은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자초할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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