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이태원 참사’ 도넘은 2차가해…민변 “피해자 책임 전가는 인권침해” 정부 대처 촉구

"재발 방지 위해서도 도움 안돼" 자제 촉구 목소리 커져
뉴시스

 

서울 이태원 참사 이후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2차 가해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이 같은 2차 가해는 피해자에게 고통을 줄 뿐만 아니라 재발 방지를 위해서도 도움이 안 된다며 자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뉴시스에 따르면 31일 온라인 상에서는 이번 이태원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를 탓하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주로 "술 마시고 놀러 갔다가 그렇게 됐다"는 식의 의견들이다.

 

특히 정부가 이태원 참사 사망자 장례비를 최대 1500만원까지 지급한다는 발표 이후엔 이를 반대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까지 올라왔다.

 

이 같은 2차 가해는 성폭력 사건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던 현상이다. 외모나 옷차림, 대화 방식 등 피해자가 먼저 원인을 제공해 범죄가 발생했다는 논리다.

 

이번 이태원 참사는 3년만에 노마스크 행사로 다수의 인파가 밀집한 상황에서 통제 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일부 사람들이 앞 사람을 밀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는데 이 의혹이 사실이라면 가해자의 가해 행위에 의한 피해가 발생한 셈이다.

 

유경근 전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예상 가능했고 그래서 충분히 대비할 수 있었던 참사"라며 "할로윈 파티에 간 당신, 당신 자녀의 잘못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2차 가해는 피해자에게 더 큰 고통을 안겨줄 위험이 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성명을 통해 "재난 상황에서 온라인상의 혐오 표현은 큰 고통 속에 있는 유가족과 현장에 있던 분들의 트라우마를 더욱 가중시키고 회복을 방해한다"며 "혐오와 낙인은 사회적 갈등을 유발해 재난 상황을 해결하는데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도 "재난 피해자에게 참사의 책임을 전가하거나 피해자의 명예와 인격을 훼손하는 혐오 표현은 유가족과 주변인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인권침해행위"라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희생자와 그 가족 등 재난 피해자에 대한 혐오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혐오 표현 같은 2차 가해를 멈춰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이태원 사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일부에서는 인터넷, SNS 등을 통해 사상자들을 혐오하는 발언이나 허위조작정보, 자극적인 사고 장면을 공유하고 있다"며 “이러한 행동은 절대 자제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이태원 사고 관련 피해자와 가족, 지인들은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전국 244개 가족센터에서 긴급 가족돌봄, 심리정서상담 서비스 등 지원받을 수 있다. 청소년의 경우 상담 전화 1388 청소년 상담복지센터를 통한 심리 상담도 가능하다.

 

세계일보는 이번 참사로 안타깝게 숨진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의 슬픔에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