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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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번 벽 넘은 우상혁… 완벽했던 AG 리허설

韓 최초 세계육상연맹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 우승

세계 육상인 ‘왕중왕전’ 격 대회
남자 높이뛰기 2m35 홀로 넘어
파리 올림픽 출전 사실상 확정
“인생 목표 중 하나 이뤄 감격”
10월 AG서도 금빛 점프 기대감

‘스마일 점퍼’ 우상혁(27·용인시청)이 한국 육상 최초로 세계육상연맹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달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대회 6위에 그쳤던 부진을 한 번에 떨쳐낸 우상혁은 다가올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현역 최고의 점퍼’ 무타즈 에사 바르심(32·카타르)과의 진검승부가 기대된다.

 

우상혁은 17일(한국시간) 미국 오리건주 유진 헤이워드 필드에서 열린 2023 세계육상연맹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 남자 높이뛰기 경기에서 235를 넘어 정상에 올랐다. 2위 노베르트 코비엘스키(26·폴란드)와 3위 주본 해리슨(24·미국)의 기록은 233이었다.

이 웃음… AG서도 볼 수 있길 우상혁이 17일(한국시간) 미국 오리건주 유진 헤이워드 필드에서 열린 2023 세계육상연맹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 남자 높이뛰기에서 개인 실외 경기 최고 기록인 2m35를 넘으며 우승을 차지한 뒤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우상혁 인스타그램 캡처

다이아몬드리그는 1년에 총 14개 대회가 열린다. 13개 대회에서 쌓은 랭킹 포인트로 순위를 매기고, 이 중 상위 6명이 ‘왕중왕전’ 격인 14번째 대회 파이널 진출권을 얻는다.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은 육상 선수들이 올림픽, 세계선수권 다음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회다.

 

지난해 우상혁은 랭킹 포인트 7위(16점)에 머물러 6명까지 주어지는 파이널 티켓을 획득하지 못했지만, 올해 다이아몬드리그 높이뛰기가 열린 6개 대회 중 4개 대회에 참가하며 파이널에 진출했다. 도하(2m27)와 로마·피렌체(2m30)에서 각각 2위를 차지해 7점씩을 얻었고, 취리히(2m31)에서 3위에 올라 6점을 따냈다. 누적 랭킹 포인트 20점으로 4위로 파이널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 육상 선수의 다이아몬드 파이널 출전은 우상혁이 처음이다.

 

이날 우상혁은 215, 220, 225, 229를 모두 1차시기에 가뿐하게 넘으며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했다. 229까지 한 번도 실패하지 않고 바를 넘은 선수는 우상혁과 해리슨, 단 두 명뿐이었다. 이후 우상혁은 233도 1차시기에 넘으면서 단독 선두로 나섰다. 225와 229에서 한 번씩 실패한 코비엘스키도 233은 1차 시기에서 성공했다. 해리슨은 3차 시기에서 233을 넘으며 우상혁을 압박했다.

 

우상혁은 2021년 도쿄 올림픽(4위)과 2022년 유진 세계선수권(2위)에서 작성한 실외 경기 한국 기록과 같은 235를 3차 시기에서 바를 살짝 건드리는 아슬아슬한 점프로 넘은 뒤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환호했다. 반면 코비엘스키와 해리슨은 235를 3번 시도해 모두 넘지 못하면서 우상혁의 우승이 확정됐다.

 

우상혁은 2024 파리 올림픽 출전도 사실상 확정했다. 파리 올림픽 기준 기록은 233이다. 기록 인정 기간은 2023년 7월 1일부터 2024년 6월 30일이기에 우상혁은 일찌감치 파리 올림픽 기준 기록을 통과했다.

우상혁이 17일(한국시간) 미국 오리건주 유진 헤이워드 필드에서 열린 2023 세계육상연맹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 남자 높이뛰기 경기에서 바를 넘은 뒤, 포효하고 있다. 세계육상연맹 인스타그램 캡처

지난 8월 부다페스트 세계육상선수권에서 6위(2m29)에 그친 아쉬움을 털어버린 우상혁은 경기 뒤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 우승은 내 인생 목표 중 하나였다”면서 “정말 기쁘고, 감격스럽다. 응원해주신 모든 분, 김도균 코치님을 포함해 나를 일으켜주신 모든 분께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우상혁의 다음 목표는 다음달 4일 결선이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이다. 이번 다이아몬드파이널에는 참가하지 않은 바르심은 아시안게임에는 출전해 우상혁과 한판 승부를 벌인다.

 

우상혁은 고교생으로 출전한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220으로 10위에 그쳤지만, 2018년 자카르타에서는 228로 은메달을 따낸 바 있다. 바르심은 2010년 광저우(227), 2014년 인천(235)에서 아시안게임 2연패를 달성했다. 이번 항저우가 우상혁이 세계 수준의 점퍼로 성장한 뒤 붙는 첫 아시안게임인 셈이다. 우상혁이 항저우에서 바르심을 넘어서면 한국 육상은 이진택(1998년 방콕·2002년 부산 대회 우승) 이후 21년 만에 아시안게임 남자 높이뛰기 금메달을 수확하게 된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