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 총파업 나흘째인 17일 정부가 대체인력을 적극 투입에 총력 대응에 나섰지만, 전국 곳곳에서 철도 이용객의 불편이 이어졌다.
파업으로 멈췄던 KTX 열차 6편이 이날 운행을 재개했지만, 수요를 맞추기엔 역부족이었다. 대부분 열차 표가 매진된 가운데 시민들은 취소표라도 구하기 위해 발을 동동 굴렀다.
이날 오전 동대구역 맞이방 벤치는 지연된 열차를 기다리는 승객들로 북적였다. KTX와 SRT 모두 사실상 매진된 가운데 열차 대부분이 4∼20분가량 지연됐다. 호남선 승객들이 처한 상황도 비슷했다. 광주송정역과 서울을 오가는 호남선 KTX 4대가 지난 14일부터 운행하지 않고 있다. 야간에 출발하는 열차 1대를 제외하고는 열차 좌석 대부분이 매진됐다. 여수 엑스포∼용산을 오가는 전라선 KTX의 경우 이날 하루에만 11대가 운행을 멈춰 이용객들의 혼란을 야기했다.
서울과 춘천을 오가는 ITX-청춘도 운행 횟수가 줄어 이용객 불편이 컸다. 용산∼춘천행, 춘천∼용산행 모두 좌석이 매진됐다. 표를 구하지 못한 시민들은 전철, 시외버스로 발걸음을 옮겨갔다. 부산역은 파업 여파로 주말임에도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부전에서 태화강 방면의 동해선 열차는 원래 주말 기준 45편이 운행되는데, 이번 주말에는 32편만 운영됐다.
물류 분야의 타격은 더 크다. 수도권 물류거점인 경기 의왕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 따르면 파업 이후 물동량이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파업 첫날인 지난 14일에는 상행 12대, 하행 3대가 운행됐고 물동량은 평시의 절반 수준인 727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로 집계됐다. 이튿날인 15일에는 상행 5대, 하행 4대만 운영되면서 전주 같은 요일의 40% 수준의 물동량에 그쳤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전국 열차 운행률은 평소의 80.1%(612대 중 409대 운행)로 집계됐다. 국토부는 이날 기관사 414명, 열차 승무원 293명, 차량 정비 인력 515명 등을 포함해 총 1335명의 대체인력을 현장에 투입했다.
철도노조는 지난 16일 서울 용산구 갈월동 남영삼거리 인근 대로에 모여 1만여명(주최 측 추산) 규모의 결의대회를 열었다. 노조는 국토교통부와 철도공사가 △수서행 KTX 운행 △인력 충원 등을 통한 4조 2교대제 전면 시행 등 이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2차 총파업 투쟁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최명호 철도노조 중앙쟁의대책위원장은 “철도노조가 시민의 발을 잡은 게 아니라 시민 불편을 가중시키는 국토부가 시민의 발을 볼모로 잡고 있는 것”이라며 “국토부는 시민의 편리한 열차 이용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이날 집회를 끝내고 서울역으로 약 20분간 행진한 뒤 ‘윤석열정권 퇴진 3차 범국민대회’에 합류했다. 이날 결의대회에서는 민주노총 간부 1명이 붉은 연막탄을 사용한 퍼포먼스를 위한 연막탄 사용을 제지하는 경찰관에 항의하다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연행됐다.
철도노조가 예고한 대로 18일 오전 9시에 총파업은 종료될 예정이지만, 철도노조와 정부·한국철도공사(코레일) 측 입장차가 큰 만큼 2차 총파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김대중정부 때부터 장기간 논의를 거쳐 결정된 ‘철도 경쟁체제 유지 방침’에 따라 수서행 KTX 운행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선로 용량, 차량 부족, KTX와 SRT 간 상이한 요금체계 등 당장 시행이 어려운 현실적인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철도노조는 서울행 KTX와 수서행 SRT의 분리 운영이 ‘철도 민영화’로 가는 수순이라고 지적하지만, 정부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철도노조가 요구하는 4조 2교대 전면 시행에 대해서는 인력감소에 따른 안전 영향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코레일 서울본부에서 파업 대응상황을 보고받은 자리에서 “철도노조는 파업을 통해 노사 교섭사항이 아닌 정부정책에 대해서 일방적인 요구를 하고 있다”며 “실체조차 없고 검토한 적도 없는 민영화라는 허상을 끄집어내서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파업을 위한 파업’에 국민이 납득을 할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지난 4년간 철도노조가 8.7일에 한 번꼴로 준법투쟁(태업)을 하면서 손해액이 11억여원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이 코레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철도노조는 2019년 8월부터 지난달까지 최근 4년간 총 170일 태업을 했다. 코레일은 태업으로 도착 지연된 열차의 지연 시간은 760시간, 태업 기간 환불은 380만3000건이고, 이에 따른 손해액이 11억5100만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