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1879∼1910) 의사 등 한국 독립운동가들의 신상에 관해 중국 국민당 정부가 작성한 문건이 대만에서 발견됐다.
17일 국가보훈부에 따르면 이번에 찾아낸 문건은 1940∼1950년대 중국 총통부 군사위원회가 작성한 ‘인사등기권’(人事登記卷)이다. 지난달 대만 국사관(國史館)에서 발굴됐다. 문건엔 안중근, 안정근, 신익희, 홍진, 지청천, 조소앙 지사에 관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신익희 지사의 경우 일본 와세다대 재학, 대한민국 임시정부 내무·법무총장 역임, 해방 후 국회의장 역임 등 이력이 자세히 기록됐다. 안 의사의 동생인 안정근 의사는 1940년대에 무슨 활동을 했는지 그간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데 문건에는 “한국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으며, 임시정부 요직에서 일했고, 영국·미국 정부와 직접 연계 가능하며 중앙 차원에서 관계를 맺어야 하는 인물”이란 상세한 평가가 담겼다.
안 의사는 하얼빈역 의거 이듬해인 1910년 중국 뤼순감옥에서 순국했다. 그런데 35년이나 지난 1945년 8월 21일 인사기록을 남겼다는 점에서 당시 중국 정부가 안 의사를 어떻게 평가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고 보훈부는 설명했다.
김영신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교수는 “독립운동가에 대한 인사기록 카드 실물이 소개된 경우는 드물다”며 “이번 발굴 사료의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한국광복군 제1지대 대원 87명의 이름 등이 기록된 문건도 발굴됐다. 1941∼1944년 임시정부 계열 단체에서 중국 정부 행정원에 보낸 ‘한국임시정부양식부안권’(韓國臨時政府糧食部案卷) 문서철에 포함된 ‘한국광복군제1지대관병대원권속청구평가화명책’(韓國光復軍第1支隊官兵隊員眷屬請購平價花名冊)이란 제목의 문건이 그것이다. 여기에 이름이 적힌 대원 87명 중 40여명은 현재 독립유공자 포상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보훈부는 “향후 독립유공자 발굴·포상에 이 문건을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1940년 9월 17일 중국 충칭에서 창설된 광복군은 광복 후 국군의 토대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