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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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아니면 영영 집 못 살까봐 ‘영끌’로 내집마련한 게 후회”

빚 갚기 위해 집 팔려고 해도 팔리지 않다 보니 벼랑 끝으로 내몰려
뉴시스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7%를 넘어서면서 주택담보대출을 상환하지 못한 영끌족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매달 내야 할 이자 부담은 커지고, 빚을 갚기 위해 집을 팔려고 해도 팔리지 않다 보니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사실상 주택 거래가 끊기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뉴시스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최고금리가 연 7%를 넘어섰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는 지난달 3.82%로 전월 대비 0.16%p(포인트) 올라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나달 17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금융채 5년)는 4.14~6.584%로 나타났다. 변동금리(코픽스 신규)는 연 4.53~7.116%로 이미 7%를 돌파했다.

 

집값 상승기였던 지난 2021년에 내 집 마련을 한 사람이 1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7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주택소유통계'에 따르면 일반 가구 중 주택소유 가구는 1206만3000가구로, 1년 전(1173만 가구)보다 2.8% 증가했다. 이에 따라 일반 가구의 전국 평균 주택 소유율은 56.2%로 전년 대비 0.2%p(포인트) 증가했다. 집이 없는 무주택 가구는 938만6000가구로 나타났다.

 

지난 2021년까지 가파르게 상승했던 집값을 감안하면 지난해 주택을 구입한 사람은 부동산 고점에서 집을 마련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집값 급등 시기에 이른바 '패닉바잉'(공황구매)으로 집을 샀다가 대출 이자가 상승하면서 갈수록 이자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추가 금리 상승이 예상되고, 부동산 경기 침체 영향으로 주택 거래량이 줄면서 집을 처분하고 싶어도 처분하지 못하고 있다. 아파트 거래량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총 3367건으로, 전달(3860건) 대비 약 13%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4월(3188건)부터 3000건을 웃돌던 거래량이 지난달에는 1923건으로 주저앉았다. 아직 신고 기간(30일 이내)이 남았기 때문에 지난달 최종 거래량은 더 늘어나겠지만, 3000건에는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거래가 줄면서 매물이 쌓이고 있다. 올해 초 대비 50% 넘게 매물이 증가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7015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 5만513건에 비해 52.4% 증가했다.

 

부동산 시장에선 이자 부담이 커진 영끌족들의 매출 출회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주담대 금리 상단이 8%까지 오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자 부담을 느낀 영끌족들이 버티지 못하고 매물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영끌족의 매물 출회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잇단 금리 인상으로 원리금부터 이자까지 부담이 커진 영끌족이 늘고 있다"며 “추가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만큼 이자 부담을 느낀 영끌족의 매물 출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집값 급등에 따른 피로감 누적과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주택 매수세가 전체적으로 위축됐다"며 “금리 인상과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거래절벽이 계속되고, 시장의 관망세가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