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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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쇄신 원년으로… 시민 중심 문화 생활권 확 늘린다 [지방기획]

대전문화재단, 출범 15돌 앞두고 재정비

예술 진흥·문화 복지 향상 목표로 출범
인사·감독권 가진 市수탁기관 전락 오명
수년간 조직 내홍 딛고 다시 혁신 고삐

엘리트 지원보다 시민 문화복지에 방점
무형문화재 전수회관 등 6개 기관 운영
유망주 발굴… 예술·과학 융합사업 속도

대전문화재단이 출범 15주년인 내년을 혁신 원년으로 삼고 재정비에 돌입한다.

2009년 설립 이래 내홍과 대표의 잇따른 중도 낙마 등 바람 잘 날 없는 대전문화재단이 속부터 확 바뀐다.

대전문화재단은 지난 8월 비전 선포식을 열고 ‘함께 누리며 행복한 문화예술도시 만들기’를 기치로 내걸었다.

주요 사업으로는 문화예술정책 개발을 비롯, 청년·중견·원로예술인 지원, 차세대 예술인 발굴, 생활문화예술 지원, 예술인 교육 및 복지 지원이다. 문화재단은 올해 조직진단 결과를 토대로 조직구조를 개선해 내년 조직혁신에 나선다.

대전문화재단은 전문성, 공정성, 창의성, 신뢰성 네 가지를 핵심 가치로 △대전 문화예술정책역량 강화 △미래환경에 대응하는 지원체계 구축 △시민 중심의 문화생활권 확대 △신뢰와 소통에 기반한 경영혁신의 네 가지 전략방향과 전략과제를 설정했다.

올해 열린 대전유스아트페어(DYAF) 모습. 대전문화재단 제공

◆문화예술로 시민행복 설계

대전문화재단은 문화 분권과 지역 문화예술의 진흥과 문화복지 향상을 목표로 출범했다. 문화예술 정책 발굴 및 육성, 지역 문화사업·콘텐츠 개발 등 지역 특성을 바탕으로 한 전문적인 문화예술정책 기획 기능을 했어야 했지만 ‘태생적 한계’ 속 조직은 우왕좌왕했다. 대전시가 출연한 재단법인이지만 인사권과 근로감독권이 대전시에 있다 보니 시의 문화예술 수탁기관으로 전락했다는 오명을 썼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팔 길이의 원칙은’ 설립 초기부터 지켜지지 않았다. 본연 업무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늘 일었다.

조직의 내홍도 끊이지 않았다. 지난 10여년간 조직의 목표는 늘 ‘쇄신’이었다.

대전문화재단은 15살의 청년이 되는 내년, 다시 한 번 조직 혁신을 추진한다.

백춘희 대전문화재단 대표는 “문화예술로 시민 행복을 설계하는 문화자치 선도기관이라는 재단 설립 취지에 맞게 내년 15주년을 맞아 대전 문화예술정책 역량 강화 등 새롭게 비전을 가져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대전문화재단은 정책 수립의 근거가 되는 지역의 문화예술 분야 관련 기초자료를 확보해 이를 토대로 신규사업을 발굴한다. 기존사업의 방향도 새로 설정한다.

미래환경에 대응하는 지원체계 구축도 마련한다. 현재의 예술지원체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국내외 예술지원정책을 ‘엘리트’가 아닌 일반 다수의 활동이 지속 가능하도록 돕는 보편 복지 쪽으로 방향을 세웠다. 역량 있는 개인과 단체에 대해서는 선별적인 집중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심의 공정성 강화, 예술작품 유통플랫폼 활성화 등 안정적인 정주환경으로서의 지원체계를 구축한다.

시민 중심의 문화생활권 확대 정책도 펼친다. ‘문화생활권’을 탄탄하고 다채롭게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시민 문화예술활동을 지원한다. 대전문화재단은 현재 대전시로부터 수탁 운영 중인 대전전통나래관과 대전무형문화재전수회관, 대전문학관,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대전예술가의집, 테미오래 등 6개 문화예술기관 프로그램을 생활권별 특성에 맞게 기획·운영할 계획이다.

대전문화재단 관계자는 “재단의 고객은 시민이라는 근본적 설립 취지에 맞춰 그동안 문화예술사업 위탁 업무 위주에서 정책 기획 중심 업무로 변화를 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과학+예술’ 대전형 문화예술정책

대전문화재단의 대표 문화예술정책은 ‘과학도시’ 정체성을 예술에 담은 ‘아티언스(ARTIENCE) 대전’이다. 아티언스는 예술(ART)과 과학(SCIENCE)의 합성어이다. 대전문화재단은 2011년 과학도시라는 명성에 맞는 예술도시 구축을 위해 과학과 예술의 융복합 사업을 기획했다. 이듬해 아티언스 대전 프로그램 운영 인프라를 구축했고, 현재 대덕연구개발특구를 기반으로 예술과 과학의 융복합 창작과정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 13년 차를 맞이한 ‘대전꿈의오케스트라’는 지역 초·중·고등학생 5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음악교육을 통해 지역 아동과 청소년의 예술적 감수성을 키우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대전문화재단의 대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다. 매년 단원을 선발해 정규교육과 음악캠프, 연주회 등 다양한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들썩들썩인(in) 대전’은 시민에게 일상 속 문화향유기회를 제공하고 지역 예술인들에게는 관객과 만날 기회를 주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지역 곳곳에서 버스킹 형태로 진행된다.

지역 청년문화예술인 발굴 사업으로는 ‘차세대 아티스타(Artistar)’가 있다. 이 사업은 지역에서 활동하는 40세 이하 청년 예술가 발굴과 육성을 목적으로 2013년부터 추진되고 있다.

대전 청년 작가의 미술작품을 살 수 있는 대전청년작가장터는 올해 ‘대전유스아트페어(DYAF·Daejeon Youth Art Fair)’로 새로 태어났다. 2019년도부터 대전문화재단에서 추진하고 있는 ‘대전청년작가장터’는 매년 대전 출신 청년 작가를 선정해 수수료 없이 작가에게 작품 판매금을 직접 이체하는 직거래 장터로 운영된다. 일반적인 작품 거래보다 저렴하게 작품을 구매할 수 있다.

지속가능한 경영에도 앞장선다. 대전문화재단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일환으로 녹색문화캠페인을 진행한다. ‘푸르름, 예술로 물들이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녹색문화 캠페인은 시민에게 자연환경의 중요성을 알리고 일상 속에서 실천 가능한 환경보호 활동을 독려한다. 녹색나눔 챌린지, 친환경 SNS이벤트, 친환경 체험프로그램, 참여형 예술행사인 멍때리기 대회, 지역 예술가 기획공연 등으로 이뤄진다. 재단은 지난 10월 한밭수목원에서 ‘2023 대전 멍때리기 대회-풀멍’을 열었다. 이 대회는 시민이 참여하는 퍼포먼스형 예술작품으로 꾸며졌다.

대전꿈의오케스트라 공연 모습. 대전문화재단 제공

◆신뢰와 소통에 기반한 경영혁신

대전문화재단은 경영 전반 개혁에 나선다. 대전문화재단은 지난 9월 대전세종충남 경제단체협의회와 문화예술과 경제 분야를 연계·협력해 사업을 발굴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대전문화재단과 대세충경제단체협의회는 앞으로 지역 문화예술발전을 위해 △두 기관이 주관하는 문화예술 행사 및 경제발전을 위한 활동에 대한 상호 협력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문화예술 및 경제 분야 연계 협력사업 개발 △인적·물적·정보 자원 상호 교류를 위한 네트워크 연계 등에 나선다.

백춘희 대표는 “문화계와 경제계 간 업무협약은 경제 분야에서 문화예술의 영향력이 급증하고 있음에 동의하고 공감한 것”이라며 “지역문화예술발전을 위한 경제인들의 지원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각 경제단체들의 발전을 위해서도 문화예술분야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에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대전=강은선 기자 groov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