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0년간 전 세계 남성의 정자 수가 절반으로 감소했으며, 이렇게 된 데는 정원, 잔디밭, 농산물 등에 사용되는 살충제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5일(현지시간) CNN 방송에 따르면 미국 조지 메이슨대학 공중보건대 학장 멜리사 페리 연구팀은 이날 ‘환경보건저널’에 이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지난 50년간 남성의 정자 수가 50%가량 줄었다면서 “정자 수 감소에는 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지만 우리가 먹는 음식에 남아 있는 유기인산염과 N-메틸 카르바메이트 등 살충제가 정자 수 감소와 강력히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유기인산염은 전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화합물 중 하나로 신경가스, 제초제, 살충제의 주요 성분이며 플라스틱 및 솔벤트 제조에도 사용된다. 유기인산염과 비슷한 N-메틸 카르바메이트는 곤충의 뇌와 신경계를 손상시켜 다양한 밭 작물 및 과일, 채소 농사에 살충제로 쓰인다.
연구팀은 전 세계 21개국 남성 1774명을 대상으로 유기인산염과 N-메틸 카르바메이트가 끼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그 결과 농업 종사자 등 살충제에 더 많이 노출된 남성은 유기인산염과 N-메틸 카바메이트에 적게 노출된 남성보다 정자 농도가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에 대해 유타대 의대 외과 및 비뇨기과 교수 알렉산더 파스투자크 교수는 “이러한 살충제들은 가임 능력, 특히 남성들의 생식 능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사실이라고 말할 수 있는 증거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12가지 식품에서 210가지 살충제가 검출되는 등 소비자들이 광범위하게 살충제에 노출돼 있다면서 “남성이 아이를 갖고 싶다면 살충제 노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페리 박사는 “되도록 유기농 식품을 선택하고, 그럴 수 없다면 껍질을 벗기고 물로 깨끗히 씻어 먹으라”고 당부했다.
CNN은 남성 정자 수를 감소 시키는 또 다른 원인이 ‘과도한 휴대전화 사용’이라고 전했다.
스위스 제네바대와 공중보건 연구소가 2005년부터 2018년까지 18~22세 남성 2886명을 조사해 발표한 연구 결과 하루에 20회 이상 휴대전화를 사용한 고사용 실험군은 저사용 실험군보다 정자 수치에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21%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기적으로 휴대전화를 사용한다고 답한 실험군의 경우에도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치보다 낮은 정자 농도를 나타낼 가능성이 30% 증가했다.
연구팀은 “주머니 등 하체 주변에 휴대전화를 두지 않으면 정자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