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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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용산' 끌어들인 인요한 속도전에 작심 '브레이크'

"당무 불개입하는 대통령까지 언급하다니"…'질서 있는 쇄신' 추진
"혁신위는 건의 기구"…지도부 중심 인적쇄신·인재영입 시동

국민의힘 김기현 지도부가 16일 혁신위원회의 '속도전'에 제동을 걸며 총선 준비 본격화를 통한 돌파구 모색에 나섰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전날 윤석열 대통령 의중을 암시하면서 당 지도부와 친윤(친윤석열) 핵심 인사들의 '용퇴'를 거듭 압박하자 김기현 대표는 이날 인 위원장의 발언이 부적절했다고 작심 비판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대표는 인 혁신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 측으로부터) '소신껏 끝까지 당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거침없이 하라'는 신호가 왔다"고 밝힌 데 대해 "당무에 개입하지 않고 있는 대통령을 당내 문제와 관련해 언급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혁신위가 직·간접적으로 요구 중인 김 대표의 불출마 혹은 수도권 험지 출마에 대해서도 "당 대표의 처신은 당 대표가 알아서 결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진·친윤(친윤석열) 용퇴 등 혁신안에 윤 대통령의 뜻이 실려 있다며 압박에 나선 혁신위 행보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다.

김 대표는 "당 지도부가 공식 기구와 당내 구성원과 잘 협의해 총선 준비를 하고 당내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시스템이 있고, 그것이 잘 작동되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또 "혁신위도 그 공식 기구 중 하나"라고 선을 그으면서 "혁신위가 제안하는 여러 발전적 대안에 대해선 존중하고 그것이 공식 기구를 통해 논의되도록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지난 14일 제주시 봉개동 4·3평화공원을 찾아 참배한 뒤 취재진과 질의응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대표의 이 같은 언급은 지도부가 더 이상 혁신위에 끌려가는 모습으로만 비치지 않고 당 공식 기구를 통해 '질서 있는 쇄신'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최고위에 청년 비례 50% 공천 의무화 등 혁신위 안건이 보고됐으나 지도부가 '존중한다'는 입장만 밝히고 의결하지 않은 것도 이런 취지에서다.

지도부는 각종 혁신안을 총선기획단, 공천관리위원회 등 당 공식 기구로 넘겨 논의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런 과정에서 '지도부 중심'의 총선 준비로 혁신위에 쏠린 당내 무게중심을 바로잡고 국면 전환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한 핵심 당직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총선기획단과 공관위 등을 통해 혁신위보다 더한 인적 쇄신을 김 대표가 이끌 것"이라며 "당무감사를 통해 실적이 저조한 사람들은 모두 쳐내고, 호남·청년 등 새로운 영입 인재들을 선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당직자는 "혁신위는 건의하는 기구다. '칼질'을 비롯한 혁신안 실행 여부는 결국 김 대표가 결단하는 것"이라며 "지도부가 이런 점을 앞으로 더욱 명확하게 보여줄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8일 출범한 총선기획단은 16일 오후 2차 회의를 열고 '총선 밑그림' 작업에 착수한다. 공관위는 다음 달 중 구성하는 게 목표다.

지도부는 총선기획단과 공관위를 통한 고강도 인적 쇄신을 준비하고 있다. 혁신위가 요구하는 중진·친윤 불출마 혹은 수도권 험지 출마,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 공천 배제 등의 방안도 반영하기로 했다.

특히 최근 진행한 당무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전방위적인 '물갈이'를 진행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지도부의 인적 쇄신 방안을 담은 공천 룰은 공관위 출범 후 공식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인적 쇄신과 맞물려 돌아가는 인재 영입 작업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13일 출범한 인재영입위원회는 17일 회의를 열고 '새 얼굴 찾기'를 시작한다.

인재영입위는 각계 추천 인사를 검토한 뒤, 정기국회 종료 후 순차적으로 영입 인재를 공식 발표할 계획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처럼 총선 채비 본격화에 나선 지도부는 이준석 전 대표 등 당 일각에서 거론하는 '비대위 전환설'에는 명확히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는 전날 BBS 라디오에서 "1∼2주 사이에 김기현 대표 거취가 정리되고 나면 어르신 보수층에는 한동훈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해야겠다는 식으로 몰아갈 가능성이 있다"며 "한 장관이 안 되면 원희룡 장관 정도로 지도 체제를 가져가려고 하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한 당직자는 "김 대표가 자발적으로 사퇴하지 않는 한 비대위원장 임명은 당 대표의 권한"이라며 "현 상황에서 당헌 당규상 비대위 출범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도부 인사도 "한 장관이든 원 장관이든 예산 국회에 대응해야 하는 사람들"이라며 "후임이 결정될 때까지는 자리를 지켜야 하는 사람들인데 1∼2주 내 비대위를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