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하고 ‘신냉전’으로 불릴 정도로 가열된 경쟁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정상 간 직접 통화에 합의하고, 양국 군의 대화 채널을 복원키로 했다. 지난 2월 중국 정찰풍선의 미 영공 침범으로 미·중 간 ‘일촉즉발’ 상황이 연출되고,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문제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양국 간 군사적 긴장은 일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미·중 양국은 대만 문제와 첨단 기술 분야에서의 양국 간 수출 통제 문제 등을 놓고는 한 치의 물러섬이 없이 평행선을 달렸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를 계기로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 간 주요 현안 전반을 논의했다. 두 정상이 마주 앉은 것은 지난해 11월1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1년 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해온 가장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대화 중 하나”고 평가했다. 그는 군사 대화 재개에 대해 “우리는 직접적이고 열려 있으며 투명한 소통을 복원하기로 했다”면서 “중국이나 어떤 주요 국가와의 중대한 오판은 정말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가장 안심되는 것은 그(시 주석)가 제안했고 나도 완전히 동의한 사안으로, 둘 중 누구든 양국 간 어떤 것이나, 우리 역내에서 일어나는 어떤 일이든 간에 어떤 우려가 있으면 수화기를 들어 상대방에 전화를 걸면 받기로 했다. 그것은 중요한 진전”이라고 소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국의 최대 사회 문제인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 불법 유통과 관련해 중국과 협력하기로 한 것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중국은 펜타닐 생산국인 멕시코 등에 원료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중은 대만 문제에 대해서 여전히 큰 온도차를 보였다. 미 고위당국자는 시 주석이 회담에서 대만과 평화통일을 선호한다고 말하고서도 무력을 사용할 수 있는 조건도 언급했다고 밝혔다. 그는 회담 뒤 “시 주석은 (중국이) 2027년이나 2035년에 (대만에 대한) 군사행동을 계획하고 있다는 미국 보도를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면서 “(시 주석은) 기본적으로 그런 계획은 없고, 그런 계획에 대해 말한 사람도 없다고 했다”고 말했으며, “이렇게 설명할 때 약간의 짜증이 담긴 것 같았다”고 전했다.
중국 외교부는 시 주석이 회담에서 “미국이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구체적 행동으로 구현해야 한다”면서 “대만 무장을 중단하고 중국의 평화통일을 지지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확인하면서도 양안의 일방적 현상 변경에 대해 반대하고,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수출 통제 조치에 대해 “미국이 수출 통제, 투자 검토, 일방적 제재 등 지속적으로 중국을 겨냥한 조치를 해 중국의 정당한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강조한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미군에 맞서는 데 사용될 기술을 중국에 제공 안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백악관은 이날 정상회담 뒤 성명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인 약속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반면 시 주석은 북핵 문제에 대해 ‘모든 이해 당사국들이 북한의 합리적인 우려를 들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