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국선열 영령 앞에 아뢰나이다. … 민족을 자신과 같이 여기신 참된 마음, 웅대하고 용맹하며 우뚝 뛰어나신 용기와 기개를 전 국민이 본받아, 이로써 태평한 운세를 맞이하여 삼천만의 기운을 이루게 하소서.”
광복 직후인 1945년 12월 열린 순국선열 추념대회 당시 위당 정인보(1893∼1950) 선생이 직접 짓고 소리 내 읽은 ‘순국선열 추념문’의 일부다. 낭독이 끝난 뒤 임시정부 주석을 지낸 백범 김구(1876∼1949) 선생이 이 추념문을 선열들을 기리는 제단에 봉정했다.
그로부터 78년 만에 인공지능(AI) 기술로 부활한 백범이 순국선열을 추모하며 그때 그 추념문을 읽는다. 17일 서울 서대문독립공원 내 순국선열 추념탑 앞에서 ‘저버리지 못할 약속이여’라는 주제로 열리는 제84회 ‘순국선열의 날’ 기념식을 통해서다.
행사를 앞두고 국가보훈부는 16일 AI 기술을 통해 디지털 인물로 재현한 백범이 영상에 출연해 추념문을 낭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생존해 있는 오성규, 강태선, 이석규 3인의 애국지사가 백범과 함께한다.
정부는 기념식을 계기로 고인이 된 독립유공자 67명에 대한 포상도 진행한다. 1943년 3월 일본 동부신학교 재학 중 동지들과 조선 독립 실현 방법을 협의하다 체포된 강재은 지사(건국훈장 애족장), 1940년 신사참배 강요 등을 거부하다 체포된 최인규 지사(건국훈장 애족장), 1939년 일본에서 ‘여우회’에 가입해 일제 통치를 비판하다가 체포된 민병구 지사(건국포장) 등이다.
1919년 충남 예산에서 독립만세 운동에 참여한 전혁규 지사(대통령표창)와 1924년 전주고등보통학교 재학 중 일본어 교사 배척 등을 내건 동맹 휴학에 참여한 정사섭 지사(대통령표창) 유족에게도 표창이 전수된다.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순국선열들의 숭고한 삶과 정신을 되새기고, 우리의 미래세대들에게도 영원히 잊히지 않는 자랑스러운 역사로 기억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