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국내 일자리 중 300만개 이상을 인공지능(AI)이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학력·고소득 일자리일수록 AI에 많이 노출돼 있어, 의사·연구원·회계사 등 전문성이 높은 일자리가 AI로 대체될 위험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일자리 중 12%, 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
한국은행이 16일 발표한 BOK 이슈노트 ‘AI와 노동시장 변화’에 따르면 국내 일자리 중 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큰 일자리는 약 341만개로, 전체 일자리의 12% 수준으로 추정됐다.
이는 연구진이 AI 노출 지수 상위 20%에 해당하는 직업을 식별하고, 해당 직업의 종사자 수를 더한 결과다. 임계점을 상위 25%로 확대할 경우 해당 일자리는 약 398만개로, 전체 일자리의 14% 수준까지 늘어난다.
AI 노출 지수가 가장 높은 일자리에는 화학공학 기술자, 발전장치 조작원, 금속재료 공학 기술자 등이 포함됐다. 반면 대면 접촉이나 관계 형성이 필수적인 단순 서비스 종사자, 종교 관련 종사자 등은 AI 노출 지수가 낮게 나타났다. 직업 세부 분류로 살펴보면 일반 의사, 전문 의사, 회계사, 자산운용가, 변호사 등이 AI 노출 지수가 높은 편이었다. 반면 기자, 성직자, 대학교수, 가수 및 성악가는 AI 노출 지수가 낮았다.
특히 고학력, 고소득 노동자일수록 AI에 더 많이 노출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저학력, 중간소득 노동자에게 영향을 미쳤던 산업용 로봇이나 소프트웨어와 가장 차별화되는 점이다. AI가 비반복적·인지적 업무를 대체하는 데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고학력·고소득 일자리의 대체 위험이 높다는 분석이다. 산업별로는 정보통신업·전문과학기술·제조업 등이 AI 노출 지수가 높게 나타났고, 숙박음식업과 예술·스포츠·여가 등 대면 서비스업은 AI 노출 지수가 낮게 측정됐다.
산업용 로봇·소프트웨어 등의 선례와 마찬가지로, AI도 대체 가능성이 큰 일자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다. 연구진은 AI 노출 지수가 10퍼센타일(백분위수) 높아질 경우, 관련 일자리의 고용 비중이 7%포인트 줄어들고, 임금 상승률이 2%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추산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오삼일 한은 조사국 고용분석팀장은 “노동자의 과학·기술·공학·수학 기술 수요는 여전히 견고할 것으로 예상되나 동시에 사회적 기술, 팀워크 능력, 의사소통 능력 등과 같은 ‘소프트 스킬’에 대한 수요가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관·개인 공매도 조건 동일하게…“실효성 높지 않을 것” 평가도
국민의힘과 금융 당국이 16일 발표한 공매도 제도개선안의 핵심은 기관과 개인의 공매도 조건을 동일하게 했다는 점에 있다. 당초 금융 당국은 기관의 특수성을 들어 조건 차이를 인정해 달라고 했으나 결국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압력을 이기지는 못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과의 당정협의에서 공매도 제도 개선안을 보고 했다. 개선안의 핵심은 개인과 기관·외국인 투자자들의 공매도 거래 조건을 일치시킨다는 점에 있다. 증권사를 통한 개인의 공매도 거래를 ‘대주거래’, 기관이나 외국인, 전문투자자 자격을 가진 개인이 직접 공매도 거래를 하는 경우를 ‘대차거래’라고 하는데 그동안 대차거래에서의 공매도 조건이 대주거래에 비해 유리하다는 지적이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꾸준히 일었다. 금융 당국은 개인과 기관 간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논리로 맞서 왔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개인의 담보는 현금이고, 기관투자자들은 대개 주식인데 ‘헤어컷’(가치 재조정)을 하기 때문에 실제 담보비율은 140%까지 넘어가곤 한다”고 말했다.
개선안에서 대차거래와 대주거래의 담보비율은 현금의 경우에 한해 105%로 동일하게 유지하도록 했다. 개인투자자들의 현금 담보비율을 낮추는 방식으로 둘 사이의 차이를 없앤 것이다. 담보는 주식의 경우 코스피200을 기준으로 현재와 같은 120%를 유지하도록 했다. 상환 기간 역시 똑같게 했다.
결과적으로는 금융 당국이 정치권 요구를 받아들인 셈이 됐다. 기관들로서는 개인에 비해 공매도 투자에서 불리함을 감수하게 됐는데, 개인의 공매도 투자 규모는 400억∼50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이날 “대승적 차원에서 (기관들이) 수용하고 갈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이 이날 발표한 개선안 중 다른 핵심은 내부 공매도 전산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기관투자자가 자체적으로 매도가능 잔고를 전산 관리하는 내부시스템을 구축해 무차입 공매도를 방지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한다는 뜻이다. 증권사는 의무화 대상 기관의 내부 공매도 전산시스템 구축을 확인한 경우에만 공매도 주문을 허용하고, 전산시스템과 내부통제 기준 및 확인 의무를 위반할 경우에는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도 추진하기로 했다.
개인투자자들의 요구가 컸던 실시간 전산시스템 구축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이 없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금융위 중심으로 다양한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며 “실무 담당이나 한국거래소, 금감원 등이 관련 전산시스템이 어떻게 될지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할 것”이라고 답했다.
일부 개인투자자들이 강하게 요구한 시장조성자와 유동성공급자의 공매도 금지는 이번 개선안에 담기지 않았다. 시장 내 유동성 공급이라는 장점을 무시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시장조성자나 유동성공급자와 관련해서는 오히려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답변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의 실효성이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평가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식 시장에 큰 혼란을 줄 수 있는 시장조성자·유동성공급자에 대한 공매도 금지 대책이 담기지 않은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개인과 외국인·기관의 공매도 상환 기간을 맞추는 것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과연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관마다 신용도가 다른데 이걸 국가적으로 만기를 정하는 것은 시장의 자유를 침해하는 처사”라며 “공매도가 주가를 떨어뜨린다는 근거가 없고 근래 공매도 금지 조치도 시장의 혼란만 가중하지 체질을 개선하는 데는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증권가는 공매도 금지로 인해 시장의 변동성이 오히려 더 커졌다고 우려했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보다 낮게 유지됐던 국내증시 변동성 지수가 10월 초 수준보다 높게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결국 불필요한 변동성이 야기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매도 금지 조치에 더 이상 매달릴 필요가 없다”며 “오히려 당국에서 계획하고 있는 개선안 마련과 정상화(재개)가 (주식시장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올해 3분기까지 국내 상장사 영업이익 1위 ‘현대차’
14년 연속 국내 상장사 영업이익 1위를 지켰던 삼성전자가 올해는 1위 자리에서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3분기 기준 국내 상장사의 영업이익 1위는 현대자동차가 차지했고 삼성전자는 4위로 밀렸다. 반도체 업계 불황으로 전체 코스피 상장사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38%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스닥 시장은 대부분 업종에서 영업이익 감소가 나타났고 10곳 중 4곳은 적자를 기록했다.
한국거래소의 ‘12월 결산법인 올해 3분기 결산실적’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 613개사(연결기준)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7.9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은 0.29% 늘었으나 순이익이 41.06% 감소했다. 업종별로 보면 전기·전자, 운수창고업 등에서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크게 감소했고 고금리 영향으로 41개 금융사의 영업이익 및 순이익이 각각 3.33%, 1.92% 증가했다. 금융사에서는 증권사(11.04%)와 은행(6.24%)의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다.
올해 상장사 영업이익 순위는 요동쳤다. 코스피 시장에서 올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1위는 현대자동차로 11조6524억원을 벌어들였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80.36% 증가한 수준이다. 이어 기아(9조1421억원), SK(4조6317억원) 순이었다. 14년간 영업이익 1위를 지켜 온 코스피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 불황으로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90.42% 감소한 3조7423억원을 기록하며 4위에 머물렀다. SK하이닉스는 올 3분기까지 8조763억원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해 상장사 중 실적이 가장 나빴다.
코스피 상장사 10곳 중 2곳은 올해 3분기 기준 적자를 이어 갔다. 연결재무제표 기준 코스피에 상장한 613개사 중 흑자기업은 472개사(77%)로 전년 동기 대비 26개사가 감소했다. 적자기업은 141개사(23%)에 달했다. 코스피 시장에서 9.1%의 매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3분기 기준 6조5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한국전력공사를 제외해도 코스피 상장사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42.04%, 43.88% 줄었다.
코스닥 시장 상장사들 역시 올해 전반적인 불황을 겪었다. 코스닥 12월 결산법인 1112개사(연결기준)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1.21% 감소했고 순이익은 43.44% 줄었다. 코스닥에서는 모든 업종에서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순이익에서 적자를 기록한 기업만 424개사(38.13%)에 달했다.
올 3분기 누적 코스닥 영업이익 1위는 다우데이타(9230억원)가 차지했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인 에코프로비엠은 2679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3위를 기록했다. 폐기물처리 업체 KG ETS와 호텔·리조트 전문기업 아난티가 각각 3024억원, 2631억원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을 거두며 2, 4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