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회복세에 접어드는 듯 보였던 부동산 시장이 조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폭이 줄고 있다. 고금리 기조가 계속되는 가운데 정책 대출이 축소되면서 주택을 매수하려는 수요도 줄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주간 기준 전국 아파트값 상승폭이 4주 연속 감소세다. 10월 셋째주 0.7%였던 전국 아파트값 상승률은 넷째주 0.05%, 다섯째주 0.04%, 이달 첫째주 0.03%, 이번주 0.02%를 기록했다.
서울 곳곳에서 상승세가 보합, 또는 하락 전환하는 양상도 이어지고 있다. 도봉구와 강남구는 이번주 0.00%로 보합을 기록했고, 지난주 보합이었던 구로구는 이번주 0.02% 내려 하락 전환했다. 노원구(-0.01%)와 강북구(-0.01%)는 2주 연속 아파트값이 하락했다.
민간 통계에서는 서울 아파트값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KB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이번주 서울 아파트값은 0.01% 떨어져 7월 넷째 주(-0.02%) 이후 15주 만에 하락 전환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1·2차(196㎡)는 지난달 신고가(80억원) 대비 13억원 낮은 67억원에 팔렸다. 송파구 잠실동 엘스(84.8㎡)는 지난달 23억5000만원에 매매 계약이 체결됐는데, 10월 직전 거래가보다 5000만원 낮은 가격이다.
매매가가 떨어지는데도 거래량은 급감하는 추세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2144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4월부터 6개월간 3000건을 웃돌았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10월부터 두 달 연속 2000건대에 머물고 있다. 10월 거래 물량 신고 기한이 2주가량 남아 있는 점을 고려해도, 지난 2월(2454건) 이후 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거래량이 줄면서 매물은 계속 쌓이는 중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519건으로, 한 달 전(7만5187건)과 비교하면 4.4% 늘었다. 올해 초(1월1일 5만513건)에 비하면 2만건 넘게 증가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중단과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금리 상승이 맞물리면서 매수심리가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집값이 여전히 고점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당분간 아파트값이 조정기를 거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최근 분양시장에도 지방과 수도권 고분양가 단지 위주로 청약률이 떨어지고 미계약이 속출하는 등 이상 기류들이 감지되고 있다”며 “공사비 상승 등으로 집값이 큰 폭으로 하락하진 않더라도 그동안 가격이 크게 오른 지역부터 일부 가격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수석전문위원은 “당분간 집값 변동이 크진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과거 2008~2012년의 ‘더블딥(이중침체)’ 현상을 답습할 가능성도 열어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