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해 부당한 합병을 지시·승인한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검찰이 징역 5년에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이 회장은 이날 피고인 최후진술에서 “합병과 관련해 개인의 이익을 염두에 둔 적이 없다”면서 “부디 저의 모든 역량을 온전히 앞으로 나아가는 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이 회장은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재판장 박정제)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제 지분을 늘리기 위해 다른 주주 분들께 피해를 입힌다는 생각은 맹새코 상상조차 한 적이 없다. (합병이) 두 회사에 도움이 되고, 지배구조 투명화·단순화란 사회 요구에도 부응하는 것이라 생각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이 회장 등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위해 인위적으로 주가를 관리하고 각종 부정 거래를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검찰은 이 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미전실 주도로 이런 작업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은 “오늘까지 106차례 공판이 진행되는 동안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 과정에서 있었던 여러 일들과 목소리들을 보다 세밀하게 보고 들을 수 있었다“면서 “때로나 어찌나 일이 이렇게 엉켜버렸을까 라는 자책이 들기도 하고 때로는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하지만 저와 삼성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수준은 훨씬 높고 엄격한데 미처 거기까지 이르지 못했다는 것을 절감하기도 했다”면서 “더욱 신중하게 살펴봤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 진심으로 죄송하단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이 회장은 “저에게 많은 불찰과 부족함 있었습니다만 그래도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고 다시 운을 뗐다. 그는 “저에게는 기업가로서 지속적으로 회사의 이익을 창출하고, 미래를 책임질 젊은 인재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해야 할 기본적 책무가 있다. 정말 기라성 같은 글로벌 초일류기업과 경쟁과 협업하면서 친환경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지배구조를 더욱 선진화시키는 경영, 소액주주에 대한 존중, 성숙한 노사관계를 정착시켜야 하는 새로운 사명도 주어져 있다”면서 “이러한 책무를 다하기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 삼성이 진정한 초일류기업, 국민의 사랑 받는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고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반면 검찰은 이날 최종 의견에서 이 사건을 “그룹 총수의 승계를 위해 자본시장의 근간을 훼손하고 각종 위법을 동원한 ‘삼성식 반칙’의 초격차를 보여준 사건”이라고 총평했다. 이어 “우리 사회는 이미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 등으로 삼성의 세금 없는 경영권 승계 방식을 봤다”며 “이 사건에서도 공짜 경영권 승계를 시도했고 성공시켰다”고 비판했다. 검찰은 또 이 회장과 함께 기소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의 최지성 전 실장과 김종중 전 전략팀장에게 각 징역 4년6개월에 벌금 5억원을,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에게는 징역 3년에 벌금 1억원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