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카터(99) 전 미국 대통령에 이어 그 부인 로잘린 카터(96) 여사도 호스피스 돌봄 단계에 들어갔다. 로잘린 여사는 지난 5월 치매 진단을 받은 사실이 전해지며 수많은 미국인들을 안타깝게 만든 바 있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언론들은 카터센터를 인용해 로잘린 여사가 호스피스 돌봄을 시작했으며, 남편인 카터 전 대통령 그리고 다른 가족들과 함께 남은 시간을 보내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호스피스 돌봄이란 치료하기 어려운 질병을 앓는 사람에게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도록 보살핌을 제공하는 것을 뜻한다.
앞서 말기 피부암으로 투병 중인 카터 전 대통령도 올해 2월부터 항암치료 등을 전면 중단한 채 호스피스 돌봄만 받고 있다.
로잘린 여사는 1927년 카터 전 대통령과 같은 조지아주(州) 플레인스에서 태어났다. 10대 소녀 시절 해군사관학교 제복을 입은 3살 연상의 카터 전 대통령을 보고 첫눈에 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46년 결혼한 두 사람은 벌써 77년 넘게 해로했는데, 미국의 역대 대통령 부부 가운데 결혼 생활을 가장 오래한 커플로 꼽힌다.
그는 카터 전 대통령이 대위를 끝으로 해군을 떠나 조지아 주의회 상원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뒤 조지아 주지사를 거쳐 대통령(1977∼1981년 재임)에 오를 때까지 남편의 조력자 역할에 충실했다. 영부인 시절 대통령 직속 정신건강위원회의 명예 위원장을 맡아 낙후한 지역사회의 정신건강 서비스 개선을 위해 더 많은 예산을 지출하는 법률안의 통과에 공헌했다. 남편이 재선에 실패하고 대통령에서 물러난 뒤에도 자신의 이름을 딴 ‘로잘린 카터 봉사자 협회’를 세워 환자, 장애인, 고아 등을 돌보는 봉사자들에 정신적·물질적 지원을 제공했다.
미 언론들은 로잘린 여사에 대해 “정신질환에 대한 대중의 편견과 낙인을 없애는 일에 평생 헌신하고 기여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카터 전 대통령 부부는 백악관을 떠난 1981년 이후로도 왕성한 활동을 했다. 고향 조지아주 플레인스로 낙향한 부부는 집 없는 빈곤층에 집을 지어주는 해비타트(HABITAT) 운동에 적극 참여하는 등 국제적 봉사활동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미국 전직 대통령이란 위상에 걸맞게 아이티, 보스니아 등 국제적 분쟁지역에서 외교력을 발휘하며 평화적 해법 도출에 전력했다. 김영삼(YS)정부 시절인 1994년 북한의 핵무기 개발 시도로 한반도에 전운이 드리우자 부부가 직접 평양에 가서 김일성과 만나고, YS와 김일성의 정상회담 성사를 중재한 것도 그 일환이다. 이처럼 세계 평화를 위해 애쓴 공로를 인정받아 카터 전 대통령은 2002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