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 살고 싶어.’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
이는 더불어민주당이 17일 2030세대에 집중한 ‘새로운 민주당 캠페인-더민주 갤럭시 프로젝트’(갤럭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며 ‘티저 현수막’ 문구로 제시한 내용 중 일부다. 이 문구가 공개된 이후 주말 새 ‘청년세대 비하’ 논란이 당 안팎에서 불거졌다. 민주당이 청년을 ‘정치도, 경제도 관심 없는 이기적인 세대’로 일반화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면서다. 민주당은 19일 현수막에 대해 “외부 업체가 준비한 것”이라며 급히 진화에 나섰지만 당내에선 “책임 떠넘기기 하는 거냐”며 반발이 거세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수막 시안 관련해서 진행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던 점에 굉장히 아쉬움이 있다”며 “(문제가 된) 문구는 이미 삭제 조치했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몇 가지 사실관계를 바로잡고자 한다. 우선 시안은 11월23일 행사를 위한 티저 수단이었다”며 “이게 총선용 현수막이라든가, 2030 대상으로 한 것이란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23일 갤럭시 프로젝트 행사에 대한 관심을 끌기 위한 광고성 문구로 ‘2030세대에 대한 평가’가 아니란 것이다.
민주당은 문제가 된 문구가 외부 업체에 의해 준비됐을 뿐 당 차원에서 관여한 게 아니라고 해명했다. 당 홍보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준호 의원은 이와 관련해 “(문구 준비는) 당에서 한 게 아니고 업체에서 캠페인 준비를 위해 했던 것”이라며 “당 총선기획단과 전혀 관련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책임자 징계 여부를 묻는 질문에도 “일련의 과정에서 업무상 실수가 있었던 게 맞지만 당직자나 당이 개입한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민주당이 선을 긋고 나섰지만, 당내에선 계파를 가리지 않고 책임자 규명·징계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빗발치는 터라 논란이 쉽사리 가라앉진 않을 전망이다.
비주류인 혁신계 의원 모임 ‘원칙과 상식’은 논평을 통해 “대체 어떤 이유, 어떤 의사결정 경로로 저런 저급한 내용과 디자인이 민주당의 홍보물로 결정됐는지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이번 사안이) 이재명 민주당의 청년세대에 대한 인식 능력 결여의 증거”라며 “해당 홍보 프로젝트 의사결정 책임자의 사퇴 또한 강력히 요구한다”고 했다.
친명(친이재명)계 원외모임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 또한 “이번 사태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관련 책임자를 징계해야 한다”며 “특정 유권자에 대한 몰이해와 무공감에 기반한 홍보전략 실패의 책임을 분명히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칙과 상식 주관으로 이날 국회에서 열린 청년 간담회에선 당내 청년 정치인들의 성토가 쏟아졌다.
전성균 화성시의원은 이 자리에서 “(문제가 된) 문구가 우리 당이 청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고스란히 드러냈다”며 “이번 현수막이 2030세대가 다시 민주당으로 돌아오는 문을 막았다”고 평했다. 하헌기 전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이번 문제가) 무슨 개인 당직자의 감각 문제처럼 얘기하는 분도 계신데, 이건 감각 문제가 아니라 멘탈리티 문제”라고 꼬집었다.
김민재 경남도당 대학생위원장은 “현수막을 보면서 민주당이 사회 구조와 맥락을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며 “청년들이 왜 돈을 정말 악착같이 많이 벌고 싶어하는가에 대해 고민해보면 분명 구조적 문제가 있단 말이다. 정당이 (그런 걸) 진단하고 해결책을 내야 하는데 근시안적인 멘트나 쳐놓고 분명한 사과도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당이 이날 ‘업체 탓’이라고 해명한 데 대해서도 “최초에 명확하게 사과하고 우리가 잘못했다, 사려 깊지 못했다고 얘기하면 되는데 그 부분에 대해 너무 아쉽다”고도 했다. 원칙과 상식 소속인 이원욱 의원도 “당에서 보낸 (현수막 관련) 공문서를 보면 ‘사무총장, 홍보위원장 한준호’ 이렇게 나와 있다”며 ‘당과 무관하다’는 민주당 해명을 반박했다.
총선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해서라도 더욱 강력한 조치로 사태를 조기에 매듭지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노인 폄하’ 발언으로 혁신위 활동 자체가 고꾸라졌던 걸 기억해야 한다. 여권에서 ‘청년 비하’로 계속 프레임을 걸어 올 텐데 업체 탓으로 돌리는 정도로 되겠나”라며 “분명 억울한 사람이 생기겠지만 총선이 다가오는 만큼 ‘과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