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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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좋아하던 노래”…기업인, 칠곡 래퍼 할머니 돕는다

“옷·액세서리 구입에 써 달라” 200만원 기부
할머니 “어머니 대신 랩 열심히 부를 것”

“저세상에서 우리 어머니도 칠곡 할머니들처럼 랩을 하시겠죠?”

 

경북 칠곡군은 배선봉(67) 산동금속공업 대표가 “칠곡할매래퍼그룹인 ‘수니와칠공주’ 할머니들이 래퍼 활동에 필요한 옷과 액세서리를 마련하는 데 사용해 달라”며 현금 200만원을 기부했다고 20일 밝혔다.

 

수니와칠공주는 여든이 넘어 한글을 깨친 뒤 이번에는 랩에 도전한 여덞 명의 할머니다. 이들은 배우지 못한 안타까움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 전쟁의 아픔을 랩으로 표현하고 있다.

 

배 대표가 수니와칠공주 돕기에 나선 것은 31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에서 비롯됐다. 그는 가난한 집안의 3남 2녀 중 넷째로 태어났다. 배 대표의 어머니는 평소 빠른 리듬의 노래를 부르는 것을 좋아했고, 흥에 겨우면 춤을 췄다고 한다. 그의 어머니는 68세가 되는 해 세상을 떠났다. 배 대표는 ‘제대로 된 효도를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에 기부 활동과 노인을 돕는 일에는 앞장서 왔다.

 

수니와칠공주의 최고령 단원인 정두이(92) 할머니는 “배 대표의 어머니가 저와 나이가 비슷하다는 말에 아들처럼 느껴졌다”면서 “어머니가 하지 못한 랩을 대신해서 열심히 부를 것”이라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배 대표는 “어머니 산소 앞에서 ‘랩 하는 할머니를 도왔다’며 자랑스럽게 말하고 싶다”면서 “세상 모든 어머니가 근심 걱정을 잊고 청년처럼 랩을 하면서 행복한 노후를 보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칠곡=배소영 기자 sos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