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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갑’ 이지수 “금융산업으로 발전하는 마포, ‘디플로미스트’가 만들겠다” [여의도행]

“외교∙경제 전문가(Diplomat+Economist) 정치인”
“국회의원도 비공식 외교채널, 적극 나서야”
“마포, 금융산업 백오피스 최적격지”
“달빛어린이병원, 금융산업, 대중교통 공약 준비중”
22대 총선(2024년 4월10일)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국회 입성을 향한 후보들의 치열한 경쟁만큼 그들을 향한 국민의 검증 또한 철저해야 ‘준비된 일꾼’을 가려 뽑을 수 있습니다. 세계일보는 총선에 앞서 현역 의원들에게 과감히 도전장을 낸 원외 인사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독자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이지수 전 문재인 청와대 해외언론비서관이 16일 서울 마포구 염리동 사무실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제원 선임기자

흔히 정치인을 두고 ‘꿈꾸는 사람’이라는 표현이 쓰인다. 꿈꾸는 사람은 꿈을 이루기 위한 방법을 어떻게든 찾아낼 것이고, 밀어붙일 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정치권에서 “이성으로 비관하되, 의지로 낙관하라”는 안토니오 그람시의 말이 격언으로 쓰이는 이유다.

 

차기 총선에서 마포갑 출마를 선언한 이지수 전 문재인 청와대 해외언론비서관은 16일 마포구 염리동 이지수의법과경영연구소 에서 세계일보와 만난 자리에서 “꿈꾸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고 했다. 문재인 대선 후보 캠프에서 그가 기획한 ‘타임지 아시아판 표지’라는 타이틀도 꿈에서 시작됐다. 보통 대통령 당선인이나 현직 대통령이 표지를 장식하는데, 그는 “후보도 표지 모델이 가능하다”는 꿈을 꿨다고 한다.  

그는 기업 지배구조를 연구하던 시민단체 활동가였다. 일감 몰아주기와 초법적 상속 등 기업 지배구조 감시, 소액주주운동을 하던 중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인재영입 제안이 왔다. 시민단체 힘만으로는 제도를 바꾸기 어렵다고 생각하던 차였다. 중구∙성동을에 전략공천을 받았다. 국민의당 돌풍에 낙선했다. 두 번째 선거는 전략공천 탓에 본선에 나서지 못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자신이 학창 시절을 보낸 마포갑에 도전장을 냈다.  

 

그는 마포갑 지역 공약으로 ‘의식주’를 준비 중이다. 입고 먹고 자는 것이 아닌 의료와 지식금융 산업, 대중교통 공약이다. 각각 치료할 의(醫)자와 알 식(識), 달릴 주(走)자를 쓴다. 마포에 달빛병원을 설치하고, 여의도 금융사들의 백 오피스(Back office·회계, 물류, 법률 등 내부 운영 업무를 맡는 사무실)를 유치하며 대중교통도 활성화하겠다는 공약이다. 

 

2016년 인재영입 선언 당시 “경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효과적인 대책을 세울 수 있는 전문가가 정치권에 많이 진입해야 할 중요한 시기”라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7년이 지난 지금 그는 외교 전문가인 동시에 경제 전문가, ‘디플로미스트(Diplomat+Economist)’가 정치권에 필요하고, 그런 정치인이 되고 싶다는 꿈을 꾸고 있다. 

 

세계는 초강대국 미국 1극 체제에서,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다극 체제로 흘러가고 있다.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국내 정치인들도 해외 정치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의회·싱크탱크·대학·학회·기업·NGO 등 여러 분야에서 비공식 외교전이 벌어진다. 그동안 한국 정치가 국내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조정하고 조율하는 과정이었다면 이제는 무대를 넓혀야 국익도 지킬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전 비서관은 깊은 경제 시각과 폭넓은 국제 감각으로 금융업을 발전, 한국을 한 단계 더 도약시키는 꿈이 갖고 있다. 이 전 비서관은 “싱가포르가 금융 허브로 발전한 데에는 리콴유의 꿈이, 한국이 공업국가가 된 것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꿈이, IT 강국으로 발전한 데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 꿈이 있었다”라며 “꿈꾸는 것은 정치인의 특권”이라며 웃으며 말했다.

 

연세대 경제학과 출신인 그는 미국 콜럼비아 경영대학원(Columbia Business School)에서 경영학 석사를, 벤자민 카르도주 로스쿨(Benjamin Cardozo School of Law)에서 법무박사 학위를 받았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연구위원, 경제개혁연대 실행위원,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센터 실행위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지배구조 컨설턴트를 역임했다.  

 

다음은 이지수 전 문재인 청와대 해외언론비서관과 일문일답.

 

—민주당에 입당할 생각을 왜 했는가. 또 정치의 꿈을 가진 계기는 무엇인가.

 

정계 입문은 경제민주화 운동을 하던 도중 느낀 한계 때문에 했다. 제도를 바꾸기 위해 여러 의원을 접촉해봤지만 쉽지 않았다. 어떤 의원은 아예 “네가 들어와서 해라”라고 말했다. 그래도 민주당 의원들이 말이 잘 통했다. 재벌을 성역화하지 않고 지속가능성을 고민했다.

 

이지수 전 문재인 청와대 해외언론비서관이 16일 서울 마포구 염리동 사무실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제원 선임기자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정치인의 상’은 무엇인가

 

꿈꾸는 것이 정치인의 특권이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을 좋아한다. 꿈이 있었고 실천력이 있었고, 꿈을 실현하기 위한 설득력도 갖췄다. 민주당 이탄희 의원도 관심 있게 보고 있다. 정치개혁이란 꿈을 갖고 실천하고 있다.

 

—마포갑에 출마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 소속 현역 의원도 있다.

 

마포 갑은 내가 자란 곳이고 아흔이 넘은 어머니가 살고 계신 곳이다. 고향 같은 곳에서 출마하고 싶었다. 노웅래 선배는 참 좋은 분이다. 갑자기 사고가 나서 안타까웠다. 명예회복을 해서 선의의 경쟁을 했으면 좋겠다.

 

—여당에서도 경쟁이 치열하다.

 

민주당 텃밭이라고들 하지만 최근 재건축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지형이 바뀌었다. 지난 지방선거와 대선에서 민주당이 완패했다. 그래선지 여당에서도 도전자가 많은 것 같다.

 

—준비 중인 마포갑 지역공약은 무엇인가. 

 

의식주(醫識走) 공약을 준비 중이다. 각각 마포에 달빛병원을 유치하고, 지식금융산업을 유치하고, 대중교통 지원 공약을 의미한다.

 

마포엔 달빛어린이병원이 없다. 잘 놀던 애가 갑자기 밤에 아프면 정말 대책이 당장 떠오르지 않는다. 응급실 가면 정말 애가 탄다. 국가가 보육과 의료에까지 역할을 해야 육아 부부가 부담을 덜 느낄 수 있지 않나 한다. 마포는 또 교통 중심지다. 신혼부부와 청년 인구가 적잖은 마포에서 대중교통 활성화 공약을 통해 환경과 교통 체증을 모두 극복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사실 금융 산업 욕심이 크다. 홍콩과 싱가포르를 1992년부터 다녀왔다. 두 도시가 아시아 금융 허브로 발전해 나가는 모습이 너무 부러웠다. 4차 산업혁명과 신기술, 인공지능 기술도 중요하지만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금융 산업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우리나라 금융 산업 중심지로 여의도가 꼽히는 상황에서 마포는 ‘백 오피스’ 지역으로서 최적격이다. 임대료가 비싼 여의도에서 고객 응대 등을 하고 내부 운영 업무 사무실은 마포에 유치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금융 산업 유치 현실성은 있는가. 

 

오세훈 서울시장이 여의도를 금융 허브화한다며 고도제한을 풀어주고 용적률도 높인다고 했다. 금융 산업은 인프라가 상당히 중요한데 마포는 최적의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다리 하나 건너면 회의를 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철도가 있는 영등포보다 마포가 더 낫다. 물론 서울시 협조가 필요하다.

 

현재 금융업계에서는 ‘탈중국’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업계 종사자들이 자녀 교육에 신경을 많이 쓰는데 중국에서 공산주의 교육을 한다고 한다. 이들에게 소득세와 회의가 가능한 인프라, 저렴한 임대료 등을 제공한다면 어떻겠나. 당장 큰 자산 운용사가 아니더라도 헤지펀드 혹은 셀 사이드(대개 회사의 주식이나 채권을 파는 브로커 등을 의미)가 올 수 있다.

 

이지수 전 문재인 청와대 해외언론비서관이 16일 서울 마포구 염리동 사무실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제원 선임기자

—자본주의 체제 본산인 미국에서 공부하는 동안 한국에 이식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제도는 무엇인가.

 

미국은 경제 사범을 정말 엄하게 처벌한다. 자본주의의 기반인 ‘신뢰’를 흔들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정말 엄히 처벌한다. 분식 회계나, 내부자거래는 정말 몇십명이 감옥에 들어간다.

 

—만들고 싶은 법안은 무엇인가

 

우리의 집단소송법은 증권에만 한정됐다. 국내 대기업은 이제 90% 이상 매출을 해외에서 올린다. 해외 피해자들에게 국내 기업은 집단소송을 가지 말자며 합의를 시도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소비자는 아직도 그런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예컨대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서 피해자가 다수 발생했고 목숨도 잃고 희생됐는데 소를 제기한 사람만 보상을 받지 않았나. 집단소송제 도입으로 기업 부담이 커진다면 소송 제기 동의를 얻은 피해자만 진행하는 ‘옵트아웃’ 방식을 택하면 되는데, 지금은 법안이 완전히 형해화 돼 있다. 

 

주식회사를 규정하는 상법도 바꿔야 한다. 1968년 상법이 개정된 이래 그 근간이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영국에는 회사법이 있는데, 4~5년에 한 번씩 개정이 된다. 세상에서 기업만큼 빨리 변화를 받아들이는 존재는 없다. 자본시장법도 손을 봐야 한다. 

 

—의원외교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신냉전 시대, 생각하고 있는 의원외교 방안은.

 

당분간 북한·중국·러시아 대 한·미·일 국제 질서는 유지될 것이다. 이 상황에서 우리 국익을 최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미국이 자국 제조업을 부활시키려 한다. 우리도 얻어낼 것을 얻어내야 한다. IRA법(인플레이션 감축 법안) 입법 과정에서 우리 먹거리를 지켜내야 했다. 꼭 외교부 등 공식 외교 채널이 아니라 여론을 만들어내는 언론과 지식인, 학계, 기업 등 행정부가 아니더라도 미국 정책을 입안하고 영향을 주는 주체들이 있다. 그들과의 네트워킹을 통해 줄 건 주더라도 얻을 것은 얻어내는 방향의 외교활동이 절실하다. 

 

—문재인정부 경제민주화는 성공했는가.

 

부동산정책 등 안타까운 것도 많이 있었다. 그래도 다중대표 소송제, 감사위원 분리 선출 등 상법 개정안· 공정거래법·금융그룹 감독법 등 공정경제3법이 통과됐다. 일반인이 당장 체감하는 변화는 아니었지만 재벌들의 일감 몰아주기와 불법 상속 등이 이전보다는 덜하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가 아쉬웠다. 코로나19 극복에 온 역량을 쏟다 보니 다른 변화를 끌어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 생각지 못한 변수였다.


김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