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무리해서 높게 잡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대책 마련엔 미흡했다는 감사원 지적이 21일 나왔다. 애초 실현 가능성 검증 체계는 허술했고, 유관부처가 제시한 무리한 감축 목표는 제대로 된 검토조차 되지 않은 채 수용됐다.
감사원은 이 같은 내용의 온실가스 감축 관련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한번 높여 잡은 NDC는 다시 낮추기 쉽지 않은 만큼 객관적으로 작성된 통계를 기반으로 실현 가능성을 검토해야 했다. 하지만 문정부는 통계 작성 및 관리와 검토 모두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 감사원 판단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NDC 감축 유관부처들의 판단 전반에 문제가 있었다. 환경부는 객관적 근거로 감축 목표 실현 가능성을 검증하는 체계조차 갖추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실현하기 어려운 감축 목표를 제출받고도 검토 없이 수용했다.
감사원은 “환경부 소속 온실가스 종합센터는 과거 NDC 수립 때와 달리 기초 자료 작성 시 전문가 집단을 구성·활용하지 않고 보도 등을 참고해 임의로 감축 수단·목표율을 결정했다”며 “산업부는 산업부문 NDC 감축 방안에 오히려 업종별 온실가스 목표 배출량을 하향(NDC 상향을 의미)해 제출했는데, 환경부는 검증 없이 그대로 수용했다”고 했다. 이를테면 NDC 로드맵상 산업부문 철강업종의 ‘에너지 절감률 13%’는 당초 2018년 로드맵상 수치에서 근거 없이 2%포인트 상향된 것이었다.
감사원은 이 같은 목표관리 허술로 2030년까지 감축하기로 계획됐던 산업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 3790만tCO2eq의 56.16%는 감축 수단이 없거나 실현 가능성이 작아 이행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판단했다. CO2eq는 메탄, 이산화질소 등을 이산화탄소(CO2)로 환산한 양을 뜻한다.
환경부가 2012년부터 운영한 ‘자동차 온실가스 관리제도’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대형차일수록 완화된 배출 허용기준을 적용하는 ‘거꾸로 정책’이었다. 감사원은 이에 대해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만들라”고 환경부에 통보했다.
산업부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등 부처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통계자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그 결과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 12곳이 온실가스 배출 목표를 설정·관리하는 ‘목표관리제’ 지정 대상에서 누락됐다. 감사원은 “환경부는 다른 기관들로부터 관리업체를 지정 또는 미지정한 근거를 제출받고 있지 않는 등 총괄 조정 기능이 미흡했다”고 했다.
이밖에 감사원은 산지전용으로 인해 훼손되는 산림에 대해 대체 조림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하고, 산지전용 등으로 인해 훼손된 산림자원을 조성할 목적으로 전용 허가를 받으려는 자에게 부과하는 ‘대체 산림자원 조성비’를 감면해줄 때 온실가스 배출량을 고려하라고 산림청에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