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외교안보 참모인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미국 대선이 두달여 앞으로 다가온 민감한 시기에 미국 양대 후보와 캠프를 평가하는 발언을 해 파장이 예상된다.
김 차장은 3일 서울 종로구 세종연구소에서 열린 제1차 세종열린포럼에서 ‘미국 대선과 한국 외교안보전략’ 주제 강연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할 경우 “미국 안보 우산이 약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 차장은 “미국이 우리에 제공하는 전략자산 전개에 대해서도 비용의 관점에서 협의하자고 나올 가능성이 없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차장은 이날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캠프에 대해 “실용주의에 기반한 규범 기반의 국제질서를 함꼐 만드는 끈끈한 동반자로 한국을 바라본다”고 했다. 이어 “해리스는 동맹의 이익 증진도 미국의 목표 중 하나라고 생각하며, 갈등이 있더라도 동맹과 이익을 나눠 갖고, 적대국·경쟁국의 이익을 상대적으로 견제하는 연대 방식을 택한다”고 했다.
문제는 이어서 나온 발언이다. 김 차장은 “외교안보와 사회 이슈에서 지금까지 부통령으로서 해리스를 조언하는 역할을 해온 참모진이라 이들이 집권했을 때 강력한 카리스마를 발휘할 수 있을지 염려된다”고 했다.
김 차장은 “업무를 익히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베테랑을 밖에서 수혈해서 중량감 있는 멤버들이 콤비네이션 돼야 우리도 동맹을 상대하기 편하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부연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가 공개 석상에서 이같은 발언을 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5월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미국 대선과 관련한 질문에 “동맹국이라 하더라도 다른 나라의 대선 결과를 예측하고 가정해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고, 또 많이 조심스럽다”고 할 정도였다.
특히 해리스 부통령은 이미 미국의 부통령 직을 한 차례 수행했으며,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현 바이든 대통령,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 민주당 전·현직 대통령이 모두 해리스 지지선언을 한 상황에서 해석하기에 따라 미국 민주당의 외교안보 라인을 평가 절하하는 것으로도 읽힐 수 있다.
게다가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을 방한중인 차기 미 국무장관 유력 후보자와 만찬을 함께 한 직후 나온 발언이라 오해의 소지가 더 크다는 분석이다.
윤 대통령은 전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 빌 해거티 상원의원, 조 바이든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해리스 당선시 유력 국무장관 후보자인 크리스 쿤스 상원 등 미국 상원대표단 7명을 부부동반으로 만나 한·미 동맹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