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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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은 사람 불기소, 준 사람은 기소?…檢, '명품백 처분' 딜레마

수심위, 최재영 목사 기소 권고 파장

“尹직무 관련성” 8대 7로 기소 권고
민주 “檢, 준 사람도 죄 없다더니
억지논리 깨져… 김여사 기소하라”

與는 “권고일 뿐 결국 검찰이 판단”
26일 심우정 檢총장 보고 뒤 결론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가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가방 등을 건넨 최재영 목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라고 검찰에 권고한 데에 대해 25일 여야의 온도 차는 극명히 갈렸다. 여당은 “수심위 결과는 권고적 의견일 뿐 판단은 검찰이 한다”고 선을 그은 반면, 야당은 “준 사람과 받은 사람, 최 목사와 김 여사를 모두 기소해 법의 심판대에 올리라”며 공세를 펼쳤다. 김 여사에 대해선 불기소 권고를 내린 수심위와는 정반대 결론을 받아든 검찰은 고심에 빠진 모습이다.

 

국민의힘 김종혁 최고위원은 이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청탁에 해당하느냐, 안 하느냐를 두고 김 여사와 최 목사에 대해 수심위가 서로 다른 결정을 내렸다”며 “(수심위는) 검찰이 아니고 민간인들이시기 때문에 의견이고, 결국 검찰이 판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건희 여사(왼쪽), 최재영 목사. 연합뉴스

여권은 최 목사 관련 수심위 권고와 무관하게 김 여사에 대한 검찰 판단이 불기소로 마무리되길 바라는 분위기다. 한 친윤(친윤석열)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수심위가 김 여사는 불기소, 최 목사는 기소라고 판단했지 않냐. 그대로 (판단)하면 되지 않겠나”라며 “검찰이 잘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현 의원도 KBS라디오에서 “최 목사는 김 여사를 악마화시키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며 “검찰이 결정하겠지만, 결국 불기소로 가지 않겠나”라고 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최 목사 관련 수심위 권고에 대해 “명품백을 준 사람도 받은 사람도 직무관련성이 없어 죄가 없다던 검찰의 억지 논리가 깨진 것”이라며 검찰에 김 여사를 기소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오로지 법과 원칙, 증거와 법리에 따른 공정한 수사’를 천명했던 심우정 검찰총장은 2차 수심위 권고를 즉각 받아들이라”고 했다.

 

검찰은 최 목사 기소란 선택지가 추가되며 고민이 깊어졌다. 전날 최 목사 수심위는 최 목사가 김 여사에게 준 명품가방이 김창준 전 미국 연방 하원의원의 국정자문위원 임명 등 청탁의 대가이며, 윤석열 대통령 직무와 관련성이 있다고 봤다.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배우자에게 1회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준 사람은 해당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성이 있을 때 처벌된다.

 

수심위 의견은 권고적 효력만 있고 청탁금지법에 공직자 배우자 처벌 조항은 없는 만큼, 검찰은 김 여사를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최 목사를 기소할 경우 자가당착에 빠지게 된다. 받은 사람은 법망을 빠져나가고 준 사람만 처벌받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 사건의 최종 처리 방향은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26일 심우정 검찰총장에게 주례 정기 보고한 뒤 결정될 전망이다. 중앙지검은 “두 차례의 수심위 결정을 참고하고,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증거와 법리에 따라 처리할 예정”이란 입장이다.


김나현·김승환·박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