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증 진료를 줄이는 상급종합병원부터 ‘중증 수술 800여개 수가’(건보공단이 병원에 주는 돈)를 인상한다. 저수가 문제 해결을 위해 꺼내든 중증 수술 수가 인상 방안을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에 참가하는 병원에 우선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곧 시행될 시범사업의 참여도를 높이기 위한 고육책인 셈이다.
2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을 중증 진료 중심으로 재편하고, 전공의 의존도를 낮추면서 전문의와 진료지원(PA) 간호사 등 숙련된 의료인력 중심으로 운용하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이 이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논의·의결 후 본격 시행된다.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상급종합병원은 중증 환자 비중을 3년 내 70%까지 올리거나 현재 비중의 50%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 상급종합병원 소재지·규모에 따라 경증·중등증 환자가 사용하는 일반 병상은 5∼15% 줄여야 한다. 앞서 복지부는 서울에 있는 1500병상 이상 상급종합병원은 15%, 수도권은 10%, 비수도권은 5% 각각 줄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상급종합병원은 전공의 의존도를 낮추고 전문의와 PA간호사 등 숙련된 전문인력 중심으로 업무를 재설계해야 한다. 전공의 비중을 현재 40%에서 20%로 낮추는 대신 이들에겐 밀도 있는 수련을 제공해야 한다.
이번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상급종합병원이 일반 병상 감축, 비중증 진료 감소 등으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데, 정부는 이를 보전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중환자실 수가를 50% 인상하고, 24시간 응급의료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당직·대기 비용에 대한 보상을 신설하는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특히 올해 하반기부터 800여개 중증 수술 수가를 인상하기로 한 가운데,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상급종합병원부터 먼저 올리기로 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이를 종합병원까지 대상을 늘리고 수가 인상 항목도 1000여개로 늘릴 방침이다. 결국 구조전환 시범사업으로 인한 손실 보전에 수가 인상도 역할을 하게 되는 셈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공정한 보상 차원에서 진행하는 중증 수술 수가 인상을 순서상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에 들어오는 병원부터 적용할 예정”이라며 “수가인상 항목은 올해 800여개, 내년에는 1000여개로 확대된다”고 했다.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 시행에 맞춰 ‘중증 환자’ 분류도 수정한다.
의료계에선 상급종합병원이 중증 환자 진료 중심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방향성엔 공감하면서도, 어디까지 중증으로 볼 지를 두고 해석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정부는 기존에 중증으로 분류되는 478개 전문진료질병군에 속하지 않더라도, 고난도 수술·시술 필요성과 환자 상태 등에 따라 중증으로 인정될 수 있도록 분류체계를 개편할 예정이다.
현재 당뇨병은 중증으로 분류되지 않고 있지만, 중증도 분류체계에 환자의 연령과 복합 질환 등이 반영되면 소아 1형 당뇨는 전문진료질병군으로 재분류될 수도 있는 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