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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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미래] 교육개혁의 성공 조건

교사들 개혁의 주체로 인정하고
공감·지지 기반한 실천 이끌어야
미래사회형 인재육성 중요하지만
학생들 전인적 성장 놓쳐선 안돼

고대(古代)의 한 철학자는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만물이 끊임없이 변한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교육개혁에 대해서도 비슷하게 말할 수 있다. 교육개혁과 관련하여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교육개혁이 바로 학교 현장에서 실천되어야 성공적으로 열매가 맺어진다는 사실이다.

교육개혁의 역사는 사회 변화에 따라 학교에 다양한 개혁을 요구하고 변화 압력을 가한다고 해서 개혁이 기대한 대로 이루어지지 않음을 보여준다. 학교 현장에서 개혁에 대하여 충분히 동의하고 지지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교육개혁이 성공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분위기 조성이 쉽지 않다 보니 학교 변화는 사회 변화와 발전 속도에 비하여 매우 더딜 수밖에 없다.

김성열 경남대 명예석좌교수·국가평생교육진흥원 이사장

어떤 사람들은 사회 변화에 비해 학교의 변화 속도가 지체되는 현상에 대해 불만스럽게 생각하고 비판한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대표적이다. 그는 ‘부의 미래’에서 미국 주요 기관들의 변화 속도를 자동차 속도에 비유하여 설명하였다. 사회 변혁을 주도하는 기업은 시속 100마일로 가장 빠르게 달리지만 정부 조직과 규제 기관들은 시속 25마일에 소리만 요란하고 기업의 속도마저 떨어뜨린다고 하였다. 그는 학교가 시속 10마일로 달려 사회 변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고 비판하면서 시속 100마일로 달리는 기업에 취업할 학생들을 준비시킬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학교 개혁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종종 토플러의 비유를 인용한다. 그런데 학교의 변화 속도가 기업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은 어느 정도는 극복되고 해소되어야 하겠지만, 달리 생각하면 학교 교육 변화의 본질적 특성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학교 교육의 변화 속도가 왜 그렇게 더딘가? 미국의 100년 교육개혁 역사를 다룬 한 연구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먼저 교육개혁 주도 세력들이 학교 변화의 주체인 교사들을 개혁 대상으로 삼고 개혁 과정에서 소외시킨 데서 기인한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교사들로부터 교육개혁에 대해 공감과 지지를 끌어내고, 열정과 헌신을 불러일으켜야 교육개혁이 성공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교사들이 교육개혁을 대하는 태도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교사들은 위기의 해결책으로 제시된 교육개혁안들이 학생들을 지적·도덕적으로 성숙한 사람들로 길러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경우 밖에서 몰아치는 개혁의 소용돌이에 대해 “이 또한 곧 지나가리라”라는 식으로 바짝 엎드리는 식으로 대응한다는 것이다. 교육의 변화는 이렇게 ‘이상향’을 향하여 ‘땜질식’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그 속도가 사회의 다른 부문보다 지체될 수밖에 없다고 할 수 있다.

교육개혁의 성공은 학교장과 교사들이 개혁안에 대하여 공감하여 지지하고 열정을 가지고 실천에 헌신할 때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학교장과 교사가 학교 교육을 개혁하는 ‘주체’로서 적극적으로 움직여야만 교육개혁안이 학교 교육의 변화와 개선을 촉진할 수 있다.

국가교육위원회가 향후 10년간에 걸쳐 실천할 국가교육개혁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교육개혁 주도 세력은 사회 변화 속도에 뒤처진 학교 변화 속도 지체를 해소해야만 하는 현상으로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만 학교 ‘밖’에서 만든 개혁안의 실천을 학교 현장에 강제하고픈 유혹에 빠지지 않는다. 교육개혁은 실천 가능성을 따져가며 점진적·실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앞으로 교육개혁이 학교 현장에서 성공적으로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먼저 교육개혁의 과정에서 학교 현장의 교원들을 개혁의 대상이 아니라 개혁을 실천할 주체들로 대우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교육개혁안에 대한 교원들의 공감과 지지를 끌어내고 실천에 대한 열정과 헌신을 촉진할 수 있어야 한다. 끝으로, 교육개혁안은 미래 사회 대비와 같은 사회적 가치를 강조하더라도 학생들의 지적·정서적 성장이라는 교육적 가치를 더 중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교육개혁안의 공론화 과정에서 이러한 조건들이 충분히 논의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성열 경남대 명예석좌교수·국가평생교육진흥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