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사설] 2년 연속 역대급 세수펑크, 재정 역할 저하 어찌할 건가

2년 연속 역대급 ‘세수펑크’가 현실화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어제 공개한 ‘2024년 세수 재추계 결과 및 대응방향’에 따르면 올해 국세 수입은 337조7000억원이다. 정부 예산 367조3000억원 대비 29조6000억원이 부족하다. 지난해 하반기 경기 회복세가 더디게 진행된 탓에 올해 법인세가 14조원 이상 감소한 영향이 크다. 지난해 56조4000억원을 포함해 2년간 80조원이 넘는 세수결손이 난 건 심각하다. 국가 세수 예측의 불확실성이 경제에 악영향을 줄까 우려스럽다.

무엇보다 4년째 대규모 세수 오차를 불러온 정부의 ‘주먹구구식’ 세수 추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무역의존도가 높아 법인세 예측이 어렵다는 게 정부 해명이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세수 추계 오차가 발생한 데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말에 그쳐선 안 된다. 2020∼2023년 주요국 평균 세수 오차율은 독일 5.7%, 일본 7.3%, 미국 7.8%인 데 비해 우리는 무려 12.4%에 이른다. 정부가 추경편성 없이 가용재원을 활용한다지만 세수 부족을 메울 대안도 제시하지 않은 건 직무유기다. 그만큼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방증이다.

세수 결손이 정부의 안이한 경제인식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을 새겨들어야 한다. 수출이 11개월 연속 플러스 증가율을 기록 중이지만 대표적인 내수지표인 소매판매액 지수는 2022년 4분기 이후 9분기 연속 줄었다. 내수를 끌어올리는 마중물로서의 재정의 역할이 실탄 부족으로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11월 미 대선 결과 여파와 중국 성장둔화 우려 등으로 수출이 정점을 지났다는 예측도 나온다. 그런데도 정부는 ‘상저하고’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취약한 재정기반은 부실한 경기 대응을 초래한다. 자칫 적재적소에 재정을 투입하지 못하면서 세금이 덜 걷히는 상황을 낳는 악순환이 장기간 이어질까 걱정이다. 현 추세라면 국세 감소로 지방이전 재원도 12조원이나 감소한다. 그나마 정부 예산으로 유지되던 각종 사업이 중단·축소되면 지역경제 침체는 불가피하다. 여기에다 예산 부족에 따른 불용액 급증은 포퓰리즘에 혈안인 거대 야당에 정쟁 거리만 제공할 것이다. 정부 역량을 총동원해 세수 추계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 불필요한 감세를 최소화하고 재정이 허투루 새나가는 곳이 없는지 살펴야 한다. 규제 혁파 등을 통해 기업들의 활력을 높여 비어가는 세수 곳간을 채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