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북 예천 수해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해병대 채수근 상병 동기들이 전역일인 26일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추모했다.
이날 채 상병 입대동기인 해병대 1292기 동기 3명은 채 상병 묘소를 찾아 “무사히 구조작업을 마쳤으면 같이 웃으면서 전역했을 텐데…”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울음을 참느라 눈이 벌겋게 물든 동기 A씨는 “당시 예천군 수해 수색 작전에 투입 준비를 마친 상태로 부대 내에서 대기하다 동기들로부터 채상병의 순직 소식을 들었다”며 “사고가 나지 않았으면 저희가 투입될 순번이었다. 지휘관 한명의 잘못으로 이렇게 된 거라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채 상병 동기들과 함께 대전현충원을 찾은 해병대 예비역 연대 관계자 20여명은 이날 오후 2시 현충탑을 참배하고, 채 상명의 묘소에서 추모를 이어갔다.
이들은 “채상병 동기들이 전역하는 날까지 1년 6개월을 넘기도록 수사기관은 아무것도 밝힌 것이 없고 해병대 지휘부는 동기의 죽음 앞에 추모도 제대로 하지 못하게 외압을 넣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채상병이 편히 쉴 때까지 진상규명을 위해 싸우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해병대 예비역 연대는 이날 오전 경북 포항시외버스터미널에서 해병대 전역자들을 대상으로 동기 채상병에게 추모 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 부스를 마련했으나 해병대 전역자들 중 메시지를 남기는 이는 한명도 없었다.
이에 예비역 연대 관계자는 마이크를 들고 전역자들을 향해 “동기 죽음에 공감하지 못하는 해병대원에게 실망했다”고 쓴소리를 냈다.
이날 전역을 기념해 부모와 조부모 3대와 함께 채상병의 묘소를 찾은 한 해병은 채상병을 위해 쓴 편지를 묘소에 두고 가기도 했다.
해병대 측은 “전역일 밤까지는 군인 신분인 만큼 전역 전에 보안 수칙이나 복장 등에 대해 일반적인 교육을 했지만 추모 행사와 관련해서는 알지도 못하고 전혀 따로 언급한 적도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채 상병 이모로 추정되는 이는 이날 온라인상에 전역을 축하하며 추모의 글을 남겨 안타까움을 샀다.
글쓴이는 “20살 젊디젊은 아직은 아기 티가 남은 우리 조카의 제대 날이네요. 너무너무 고생했다, 아가”라고 채상병을 지칭하며 ”소방관 아버지를 닮아 씩씩하고 의롭다 칭찬받더니, 민간인을 구하고 나라를 지키느라 그 더운 여름 궂은 빗속에서도, 추운 눈 속에서도 애썼네. 우리 조카”라는 편지를 남겼다.
그는 이어 “나는 너무 미안해서 내가 내 뺨을 치고 싶더라. 애미는 자식을 물속에다 잃고 말도 안 되는 억울한 핍박을 또 당하며 소리 내 울지도 못하고 있는데, 선선한 바람 분다고 나는 지금 뭘 하고 있나”라며 자책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 뒷모습을 보고 절대 너를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면서 “너희 엄마가 하나도 궁금한 게, 하나도 억울한 게 없다고 할 때까지 같이 손을 들고 묻고 또 질문을 던질게”라며 의혹들만 무성한 현 상황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