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향한 맹공세를 퍼붓는 이스라엘을 향해 예멘 후티 반군이 26일(현지시간) 미사일 공격에 나섰다. 후티 반군은 헤즈볼라와 함께 이란의 지원을 받는 반(反)이스라엘·반서방 성향 동맹체 ‘저항의 축’(axis of resistance)에 속한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밤 텔레그램에서 “예멘에서 발사한 미사일이 ‘애로우’ 방공망에 의해 성공적으로 요격됐다”며 “요격 후 이스라엘 중부 여러 지역에서 사이렌과 폭발음이 들렸고 파편이 떨어졌다”고 밝혔다.
후티 반군 역시 이날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에 맞서 “북부 사페드를 향해 수십 발의 로켓을 발사했다”고 공격 사실을 확인했다. 후티의 지도자 압둘 말리크 알 후티는 이날 TV연설에서 “레바논과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겠다”며 참전 의지를 다졌다.
후티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터지자 지난해 11월부터 하마스를 지지한다는 명분으로 홍해를 지나는 민간 선박에 무차별 공격을 가해왔으며, 이스라엘 본토를 향해서도 공습을 이어왔다.
◆이스라엘, 헤즈볼라 공군 지도부도 살해
이스라엘군은 이날 수도 베이루트를 공습해 헤즈볼라 무인기(드론) 부대장 무함마드 후세인 사루르(51)를 살해했다고 밝혔다. 레바논 국영통신은 “3발의 미사일이 (베이루트 외곽의) 10층짜리 아파트를 표적으로 삼았다”고 보도했다.
사루르는 후티 반군을 훈련시키기 위해 예멘에도 파견됐던 헤즈볼라 고위급 군사 지휘관 중 한 명이라고 AFP통신은 전했다.
이번 공습은 일주일새 헤즈볼라 고위 지휘관을 겨냥한 이스라엘의 4번째 공격이다. 지난 20일에는 헤즈볼라 정예부대 ‘라드완’을 이끈 이브라힘 아킬이 베이루트 표적 공습으로 살해됐으며, 지난 24일에는 미사일·로켓 부대 사령관 이브라힘 무함마드 쿠바이시가 사망했다.
◆유엔총회 연설 앞둔 네타냐후, 휴전 요청 일축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국, 프랑스 등 동맹국들의 ‘3주 휴전’ 요청을 재차 일축하며 전쟁을 지속하겠다고 못 박았다. 이날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에 도착한 네타냐후 총리는 취재진에게 “우리는 헤즈볼라를 전력을 다해 계속 공격하고 있으며, 모든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휴전을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유럽연합(EU), 영국, 호주, 캐나다, 독일, 이탈리아,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도 미국과 프랑스가 주도한 21일간의 임시 휴전을 촉구하며 이번 사태의 외교적 해결을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지지했다.
레바논 외무장관 압달라 부하비브도 이날 유엔총회 연설에서 미국과 프랑스가 제안한 임시 휴전안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는 “레바논은 국가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위기를 견뎌내고 있다”며 휴전을 호소했다.
미국 당국자들은 네타냐후가 27일 예정된 유엔총회 연설 전까지 휴전안을 받아들이도록 총력을 다해 설득하고 있다. 당국자들은 헤즈볼라와의 휴전이 성사되면 교착 상태에 빠진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도 재개될 것이라며 네타냐후를 설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