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10·16 전남 영광·곡성군수 재선거를 앞두고 ‘현금 살포’ 공약 경쟁을 벌여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여권은 물론 야권에서도 양당의 행태를 개탄하는 소리가 나온다. 호남 지역에서 야권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양당의 지나친 선심성 공약은 황당한 수준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최근 영광을 방문해 2025년부터 주민에게 연간 10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300억원 규모의 지역 화폐 발행을 약속했다. 곡성군에서도 내후년부터 50만원 기본소득 지급과 함께 200억원 규모의 지역 화폐 발행 공약을 내놨다.
영광, 곡성 군수 선거 판세가 양당 간 접전 양상인 가운데 조국혁신당도 이에 질세라 더 많은 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조국당 영광 군수 후보는 당선되면 즉시 영광 행복지원금 120만원을 우선 지급하겠다고 했다. 2025년부터 전 군민에게 연간 85만원, 2030년부터는 전 군민 기본소득 연간 200만원도 약속했다. 같은 당 곡성군수 후보는 곡성행복지원금 100만원 지급 공약을 내놨다. 이러니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받고 5만 원 더’ 이런 식으로 얼마 주겠다는 것은 선거가 아니라 경매”라고 비아냥댄 것이다.
민주당은 “기본소득 지급으로 동네가 살아나고 인구도 늘어나겠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공약은 이행할 수 없는 공수표에 불과하다. 올해 5월 기준 곡성군의 재정자립도는 229개 기초단체 중 172위로 고작 9.3%다. 영광군은 163위로 11.7%에 머문다. 영광군의 지난해 세입은 9609억원인데 지방세 등 군 자체 수입은 972억원밖에 안 된다. 이런데도 눈앞의 표를 얻기 위해 돈 살포 공약을 내지르는 건 무책임한 일이다. 돈만 뿌리면 경제가 살아난다는 주장은 소득주도성장의 환상에서 양당이 아직도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돈으로 표심을 사려는 행태도 문제지만, 양당은 재원 조달 방안도 분명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영광군의 경우 양당은 현금 살포 재원으로 영광 한빛 원전이 내는 ‘지역자원시설세’를 꼽았다. 올 8월 기준 5만 1432명인 영광 군민 모두에게 100만원을 주려면 514억원, 120만원을 주려면 617억원이 필요하다. 한빛 원전에서 걷는 세금 500억원을 재원으로 쓴다는 것인데, 다른 사업에 쓰던 이 세수를 갑자기 줄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동안 탈원전을 주장해 왔던 두 야당이 한빛 원전에서 나오는 세금을 활용하겠다고 나선 것도 코미디 같은 일이다.
그제 기획재정부의 세수 재추계 결과 지난해 56조 원의 사상 최대 세수 결손에 이어 올해도 30조 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세수 펑크’가 불가피해졌다. 나라 곳간은 갈수록 비어 가는데 야당은 현금 지원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두 당의 모습은 수십 년 전 고무신, 막걸리, 담배 등을 제공하고 표를 부탁했던 구태를 연상시킨다. 오죽하면 민주당 소속인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어제 “자기 땅 팔아서 할 건가”라고 양당 공약을 싸잡아 비판했겠는가.
올 4·10 총선에서도 여야 할 것 없이 수백조 원의 개발 공약과 수십조 원에 달하는 현금 살포형 공약을 내놓았지만, 실제 이행되고 있는 건 별로 없다. 현실성 떨어지는 ‘표(票)퓰리즘’ 선거를 펼치는 건 유권자들을 우롱하는 행태다. 양당은 선거를 투전판으로 만드는 행태를 당장 그만두어야 한다. 유권자들도 민생을 가장한 여야의 선심성 정책에 현혹돼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