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줄 없이 달아나는 맹견을 잡으려고 총을 쐈다가 행인을 다치게 한 경찰관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형사항소9부(재판장 백대현)는 27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경찰관 A씨의 항소심에서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등을 이유로 검사가 제기한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1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최선의 주의의무를 기울이지 못한 것으로 보이지만 사건 당시 맹견의 공격성, 위협성, 테이저건 제압 시도 실패, 사안의 긴급성, 피해자의 보행 방향, 사고 예견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에게 형사 책임을 지울 정도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1심도 “당시 맹견이 테이저건을 맞고도 공격 행위를 지속하는 등 사람들이 상해를 입거나 사망할 위험이 존재하는 긴급한 상황이었다”며 “공공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총을 쏜 것은 경찰관으로서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난 조치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A씨는 2020년 3월26일 경기 평택시 한 길가에서 중형 견종인 핏불테리어가 목줄 없이 달아나자 총탄을 발사했다가 유탄에 맞은 시민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개가 다른 개를 물어 죽이고 사람도 물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는데, 당시 핏불테리어는 산책 중이던 다른 견주와 그의 반려견을 물은 뒤 경찰관이 쏜 테이저건을 맞고도 계속 날뛰는 상황이었다.
A씨는 총으로 핏불테리어 포획을 시도했으나 맹견에 명중시키지 못했다. 인도 바닥을 맞고 튄 총알은 인근을 지나가던 행인에게 튀었다. 그는 이로 인해 턱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A씨의 행위가 ‘긴급피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불송치 결정했으나, 다친 행인의 이의신청으로 보완 수사를 진행한 검찰은 긴급한 상황이 아닌데도 시민 통제 등 조치 없이 총을 발사해 접근을 차단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보고 A씨를 기소했다.
중상을 입었던 행인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지난 4월 일부승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