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시간대 광주 도심에서 지인이 빌려준 법인 명의 수입차를 몰다 뺑소니 사망 사고를 낸 30대 운전자가 음주운전 사실을 시인했다.
경찰은 구체적인 도주 동기와 경위 등을 집중 조사한 뒤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적극 검토한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27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상 혐의로 김모(32)씨를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또 김씨의 도피 행각을 도운 지인 A(31)씨와 B(32)씨도 범인은닉도피 혐의로 붙잡아 조사 중이다.
김씨는 지난 24일 오전 3시11분께 광주 서구 화정동 한 도로에서 고가의 수입차 '마세라티'를 몰다가 앞서 달리던 오토바이를 추돌, 운전자·동승자 2명을 사상케하고도 후속 조치 없이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고로 오토바이 뒷좌석에 타고 있던 20대 여성 동승자는 숨졌고 20대 오토바이 운전자도 중상을 입었다.
A·B씨는 사고를 낸 김씨를 다른 지역까지 태워다주고 차명 휴대전화를 빌려주는 등 도피 행각을 도운 혐의다.
조사 결과 김씨는 사고 당일 오전 1시께부터 2시간여 동안 A씨를 비롯해 일행들과 술자리를 함께 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차로 사람을 친 사실을 알고 있었다. 술을 마신 상태였고 경찰 사이렌(경광등) 소리가 들려 무서워 도망갔다"며 음주운전을 시인했다.
경찰 역시 식당 내 주류 결제 영수증과 '김씨가 술을 마신 뒤 운전했다'는 증언 등도 확보했다. 다만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하지 못해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할 지는 불투명하다.
김씨가 탔던 마세라티 차량은 서울 소재 법인 명의로 등록돼 있고, 법인 관계자가 지인 관계인 김씨에게 최근 빌려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마세라티의 의무 종합보험 계약이 만료된 상태이기는 하지만 불법 대포차는 아닌 것으로 잠정 파악됐다.
김씨에 대한 마약류 간이 시약 검사 결과에서는 음성 판정이 나왔다. 차량에서도 마약은 발견되지 않아 관련 범죄 연루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김씨의 사고 이후 도주 행각에 A씨와 B씨가 적극 도운 정황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사고 직전 술자리를 옮기는 과정에서 김씨는 자신이 몰고 온 마세라티 차량에 또래 지인 1명을 태웠다. A씨도 자신이 몰고 온 벤츠 차량을 운전했다.
김씨는 A씨의 차량과 함께 도로를 질주하던 중 앞서가던 오토바이를 들이받는 사고를 내자, 현장에서 500여m 떨어진 곳에 차를 버리고 달아났다.
김씨는 A씨의 차량을 얻어 타고 대전에 갔고, A씨에게 출국 항공권이 필요하다며 대신 사달라고도 요구했다.
김씨는 대전에서 공항리무진을 탄 뒤 인천국제공항으로 갔으나 돌연 서울로 향했고, 택시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경찰 추적을 피했다. 도주 과정에서는 현금만 썼다.
김씨는 서울에서 만난 동창 B씨로부터 차명 휴대전화 등을 넘겨받아 도피 행각을 이어갔다.
본격 추적에 나선 경찰은 김씨를 전날 오후 9시50분께 서울에서 검거했다. 검거 당시 김씨와 함께 있던 B씨도 체포했다.
경찰은 추가 조사를 마치는 대로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경찰은 사고 당시 김씨의 차량에 함께 탄 지인 1명에 대해서도 입건 여부를 검토한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음주운전 사실을 시인했지만 보다 확실한 음주운전 사실을 밝히기 위해 위드마크 기법 적용 등에 나선다. 도주 동기와 경위, 도피 과정에서 받은 도움 등에 대해 더 조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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