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후변화에 대한 10개국 시민 인식 조사에서 한국인은 ‘소비를 줄여 온난화 추세를 늦추는’ 데 우호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 과반은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해 연간 소비량을 15% 이상 줄일 수 있다고 답했다. 다만,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연간 소비량을 줄이겠다”는 비율은 고령층이 젊은층보다 많았고, 젊은층은 탄소감축 정책에 따라 스스로 희생할 일을 더 걱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9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기후변화에 대한 10개국 시민 인식 비교: 한국인의 인식을 중심으로’(고혜진)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줄일 수 있는 연간 소비량에 대한 질문에 한국인 응답자의 34.9%는 18%를 감축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는 이탈리아 40.6%, 영국 40.3% 다음으로 많은 것이다. 연간 소비량을 15% 이상 줄일 수 있다고 답한 한국인은 54.9%로, 이탈리아(57.8%)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다른 국가는 젊은 층이 더 많은 소비 축소 의향을 보인 데 반해 한국인은 특히 고령자들이 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소비 감축 의사가 가장 강력한 이탈리아는 젊은 층(18세 이상 34세 미만)의 60.96%가, 55세 이상은 56.4%가 연간 소비를 15% 이상 줄일 수 있다고 답했다.
반면 한국인은 젊은 층 응답자의 47.52%가 연간 소비를 15% 이상 줄일 수 있다고 했는데, 55세 이상은 이보다 많은 60.9%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한국 청년층은 탄소 감축 정책에 따른 자신의 희생을 고령층보다 더 걱정했다. ‘탄소 감축 정책으로 다른 사람보다 나와 같은 사람들이 더 큰 희생을 치르게 될 것’이라는 명제에 대한 18∼34세 한국인의 동의 정도는 4점(매우 걱정됨) 만점에 평균 3.146점으로, 35∼54세(3.053점), 55세 이상(3.004점)보다 높았다. 전체 조사 대상 10개국 평균은 18∼34세 3.041점, 35∼54세 3.075점, 55세 이상3.057점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코펜하겐경영대학원, 토리노공과대학교, 서섹스대학교, 로스킬레대학교 등과 협약을 체결해 한국인 2004명을 포함한 노르웨이, 독일, 덴마크, 미국, 스웨덴, 영국, 이탈 리아, 폴란드, 핀란드 등 10개국 시민 2만1862명을 대상으로 기후변화를 비롯한 주요 사회 변화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것이다.
고혜진 부연구위원은 “탄소 저감 정책의 영향에 대해 다른 나라 시민들은 연령별 차이가 뚜렷하지 않은 데 비해, 한국의 청년층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에서 고령자들보다 더 동의하는 경향을 보였다”며 “(한국은) 다른 나라와 달리 고령자들 스스로도 기후변화와 관련한 기성세대의 책임을 크게 느끼고 변화 노력에 적극적”이라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