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와 금융당국·은행의 대출 규제에도 이달 들어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크게 둔화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가 안정세를 보이면서 집값과 가계대출을 기준금리 인하의 최대 변수로 주목해 온 한국은행이 다음달 11일 세계 주요국과 함께 피벗(금리 정책 전환) 행렬에 동참할지 주목된다.
29일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 따르면 이달 들어 26일까지 새로 취급된 주택 구입 목적 개별 주택담보대출 총액은 7조8466억원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3018억원, 추석 연휴 사흘(16∼18일)을 뺀 기준으로는 3412억원이다. 사실상 역대 최대 기록이었던 지난달(3596억원)과 비교해 감소율이 5%에 불과하고, 7월(3478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달 들어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시행되고 은행권이 대출 요건을 강화했지만, 7∼8월 수도권 아파트 거래가 급증한 여파로 당분간 대출 수요는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추석 연휴 이후 가을 이사철 수요가 몰린 것도 주담대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다만 주담대를 포함한 전체 가계대출 증가폭은 전월과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26일 현재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29조4918억원으로 8월 말보다 4조1276억원 늘었다. 2020년 11월(+9조4195억원) 이후 3년9개월 만에 가장 컸던 8월 증가폭(+9조6259억원)의 약 43% 수준이다. 하루 평균 1588억원 불어난 것으로, 이 속도대로라면 30일까지 한 달 전체 증가폭도 4조8000억원 정도에 그칠 전망이다.
은행권의 대출 제한으로 주택 구입 목적 대출을 제외한 생활안전자금용 주담대와 신용대출 등이 전월 대비 크게 감소한 여파다.
이처럼 가계대출과 더불어 집값 상승세도 뚜렷한 추세 전환 흐름을 보이지 않으면서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통화정책방향회의를 불과 12일 앞둔 한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이미 시장에선 내수 부진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