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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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지연되던 재판 처리 ‘일사천리’…법원장 직접 재판 ‘신선한 바람’

조희대 대법원장 취임 후 도입

전국 4684건 배당 2324건 판결
5개월 만에 사건 절반 처리 성과
법조계 “판사들 자극” 긍정 평가

조희대 대법원장이 도입한 법원장 재판 직접 참여제, 이른바 ‘법원장 재판’이 올해 3월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 반년이 지났다. 법원장이 각종 재판 업무를 담당하며 법원의 사건 처리 속도가 한결 빨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 시절 심화된 ‘재판 지연’ 문제를 해결할 뿐 아니라, 법원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며 일하는 분위기 조성에도 일조하고 있다는 평가다.

29일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37개 각급 법원장 재판부는 올해 3월1일∼7월31일 1·2심 본안 사건 4684건을 배당받아 7월 말 기준으로 전체의 49.6%인 2324건에 대해 판결을 선고했다.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는 조정 성립과 화해 권고 결정, 소 취하, 항소장 각하 명령 등이 포함된 수치다. 불과 5개월 만에 절반을 처리한 것이다. 나머지 2360건은 심리 중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심급별로 1심 2807건 중 1474건(52.5%), 2심 1877건 중 850건(45.3%)에 대한 판결이 내려졌다. 재판부별로는 법원장 단독 재판부가 2581건을 맡아 1390건(53.9%)을 판결했다. 법원장이 소속된 합의부는 나머지 2103건 중 934건(44.4%)을 판결했다. 지난해 민사 본안 사건 1심 합의부의 평균 처리 기간이 473.4일, 단독 재판부는 222.2일인 점을 감안하면 법원장 재판의 처리 속도가 빠르다고 할 수 있다.

소송이 아닌 비송, 신청, 항고 등 기타 사건을 포함하면 법원장 재판부들이 처리한 사건은 더 많다.

법원 안팎에선 법원장 재판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주를 이룬다. 한 부장판사는 “법원장이 쟁점이 복잡한 사건을 처리하는 것 자체도 의미 있지만, 판사들에게 자극이 될 수 있는 점이 더 중요한 부분”이라며 “반딧불이 여러 마리가 빛을 내듯이, ‘법원장이 저렇게까지 하는데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분위기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1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법원의 날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김정중 서울중앙지법원장이 법원장 재판으로 처음 선고한 손해배상 소송 1심의 원고 대리인인 노성봉 법무법인 일현 변호사는 “소액 사건은 법정에서 충실한 심리가 이뤄지는 일이 잘 없는데, 재판장이 쟁점을 잘 정리해 주는 모습이 인상 깊어 검색해 보니 법원장이더라”며 “경험과 연륜이 풍부한 법원장이 직접 재판하는 것에 긍정적 인식이 생겼다”고 말했다.


박진영·이종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