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유일의 향토서점인 계룡문고마저 경영난에 문을 닫았다. 1996년 문을 연 지 29년 만이다.
계룡문고는 27일 오후 급작스런 폐업을 알리며 영업을 종료했다. 29일 찾은 계룡문고는 대형 폐업 안내문이 내걸린 채 굳게 문이 닫혔다. 거래처에서 서점 내 책을 회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계룡문고는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매출 부진에 시달렸다. 2022년 초부터는 건물 임대료와 관리비를 수개월째 밀리는 등 경영 사정이 급격히 악화했다. 월 1500만∼1600만원에 이르는 임대료·관리비가 연체되면서 지난해엔 입점 건물주인 대전테크노파크 측과 법원 조정까지 갔다. 양측이 극적으로 협의점을 찾으며 경영 안정 수순을 밟는 듯했다.
그러나 계룡문고는 올해에도 지난 6월부터 4개월째 임대료 등을 내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3월엔 경영난 타개책으로 시민서점을 표방하며 시민주주 모집에도 나섰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았다.
1996년 대전 중구 은행동 옛 유락백화점 건물 2층에서 출발한 계룡문고는 3년 뒤인 1999년 주식회사로 전환했다. 2007년 선화동 대전테크노파크 지하 1층에 새 둥지를 텄다.
지난 29년간 ‘책 읽어주는 서점’으로 학생 견학 프로그램, 북콘서트 등 각종 문화행사를 열며 지역 독서문화를 이끌어왔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2022년 9월엔 문화체육관광부의 독서문화상 대통령상을 수상(사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온라인·대형서점 공세와 코로나19 사태, 원도심 공동화 현상으로 떨어진 매출은 회복되지 않았다. 계룡문고는 2003년과 2009년에 각각 폐업한 향토서점인 대훈서적과 문경서적의 전철을 밟게 됐다.
이동선 계룡문고 대표는 이날 통화에서 “매출 하락과 부채 증가로 경영 정상화가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이 대표는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서점 운영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시민분들께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