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경기 파주에 들어선 국립극장 무대예술지원센터 3층 의상 보관소. 국립극장과 전속 예술단체인 국립창극단, 국립무용단 등이 각종 공연 때 사용한 의상 8000벌이 단정하게 걸려 있었다. 앞으로 공연을 마친 무대 의상은 세탁을 거쳐 이곳에 보관된다. 재사용할 때 손질이 필요한 경우를 대비한 수선실도 갖췄다.
국립극장 박일천 무대예술장치 감독이 보관소 앞쪽에 있는 무인 단말기에 ‘4’번을 입력하고 ‘옷을 갖다 놓으라’는 뜻의 명령어를 입력하자 많은 옷을 싣고 이동할 수 있는 무인 차량(AMR)이 4번 구역으로 향했다. 박 감독은 “예산 부족으로 의상 보관소 시스템을 완전 자동화하진 못했지만 AMR 등이 일손 부담을 많이 줄여줄 것”이라며 “내년부터는 각 예술단체가 온라인상에서 공연에 필요한 의상 검색을 하고 출고 신청도 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인근 4곳의 무대장치(세트) 보관소에는 트럭에 쉽게 실어 나르거나 내릴 수 있도록 다양한 크기로 규격화된 틀(팰릿)과 입출고 자동화 시스템이 돋보였다. 제어실에서 하역 명령을 하면 무인 지게차가 해당 물건을 찾아 실은 뒤 스스로 엘리베이터를 작동하고 하역장까지 이동하는 식이다.
국립극장은 이날 무대예술지원센터 개관식을 열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2021년 6월 착공한 무대예술지원센터는 2년에 걸쳐 총 5만㎡ 부지에 지상 3층(연면적 1만3400㎡) 규모로 조성됐다. 이 중 30여 작품의 무대장치를 비롯해 공연 소품 1만점, 의상 5만벌을 보관할 수 있는 수장고 규모가 8904㎡ 정도다. 5t 트럭에 실으면 150대 분량에 달하는 크기다.
수장고에는 국립극장과 국립극단·국립발레단·국립오페라단·국립현대무용단·서울예술단 등 국공립예술단체의 공연용품이 보관될 예정이며, 모든 무대용품은 종류별로 전산화해 사용자들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운영한다. 소품 수선실과 3차원 프린터 등 디지털 공연용품 제작실도 갖춰 공연용품 재활용률을 높이고 친환경적인 무대예술 생태계 구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무대예술지원센터는 일반 시민에게 전시와 공연예술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복합문화공간 역할도 한다. 1층 ‘체험극장’과 ‘백스테이지’에서는 다양한 공연과 의상·분장 체험을 즐길 수 있다. 2층 상설전시실에서는 극장과 무대 역사와 장르별 무대미술, 실제 공연 영상과 작품에서 사용된 소품 등을 만나볼 수 있다.
박인건 국립극장 극장장은 “무대예술지원센터가 단순히 공연용품을 보관하는 것을 넘어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다양한 공연과 전시·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