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북한엔 선교사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등 총 6명의 대한민국 국민이 억류돼 있다. 선교사들은 중국 단둥(丹東) 등 접경지역에서 탈북민 쉼터를 운영하면서 숙식 제공, 기독교 전파 등의 활동을 하였다. 특히 김국기씨는 2003년부터 제빵기기, 의류, 의약품 등 대북 지원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세계인권선언 제18조와 시민적 권리 국제규약(자유권규약) 제18조에 따르면, 모든 사람은 종교의 자유를 갖는다, 신앙을 가질 권리와 예배 및 선교의 자유는 종교의 자유를 이루는 핵심 내용이다. 세계인권선언은 이미 국제관습법화돼 있고 북한은 1981년 자유권규약에 가입했다. 따라서 이들 규범에 따라 선교사들에게 종교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북한은 인도적 지원·구호활동과 탈북민에게 신앙교육을 했다는 이유로 선교사들의 인신을 구속했다. 더욱이 선교사들을 국가전복 음모와 간첩 등의 혐의로 재판에 회부해 무기 노동교화형을 선고했다. 국제인권법을 무시한 반인도적 처우라 하겠다.
6명의 억류 과정에 북한의 유인 계략이 작용했다는 후문이 있다. 게다가 북한은 지금까지 이들의 생사와 구금 장소를 확인해 주지 않는다. 이는 국제형사재판소 규정 제7조 1항 자호, 곧 ‘반(反)인도범죄’의 일종인 강제실종에 해당한다.
1961년의 ‘빈 영사협약’ 제36조 1항은 영사와 자국민(피구금자 포함) 간의 통신·접촉을 허용하도록 규정한다. 북한은 1984년 8월 이 협약에 가입했다. 북한이 일찍부터 영사접견권을 인정했다면 억류자들의 생사와 구금 장소를 모를 수 없다. 김국기 선교사는 2014년 10월 당국에 체포됐으니, 북한은 10년간 계속 빈 영사협약을 위반한 것이 된다. 그런데도 북한은 우리 정부의 억류자 송환통지문 접수조차 거부하며 정당한 송환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이제 우리 정부와 국민은 사태를 바로잡기 위해 전방위로 나서야 한다.
첫째, 억류자 문제를 널리 홍보하고 국제사회의 관심과 주의를 환기해야 한다. 관련해 지난 3월 통일부가 제작한 ‘세송이 물망초 배지 달기 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둘째, 올해 11월 예정된 유엔총회(제3 위원회)의 북한 인권 결의 채택 및 제4차 북한 인권 보편적 정례검토(UPR) 과정에서 이 문제를 집중 제기해야 한다. 북한인권특별보고관, 강제실종실무그룹 등 유엔 인권이사회 특별절차 담당자들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먼저 6명의 생사와 건강상태 확인에 주력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나 유엔 사무총장의 중개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생사가 확인되면 당사자의 건강 회복을 위해 의약품 등 인도 지원을 해야 한다.
넷째, 송환을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되, 여의치 않을 경우 먼저 남쪽 가족의 방북·상봉을 추진해야 한다.
다섯째, 억류자 송환 경험이 있는 미국, 캐나다 등 관심국들과의 연대 및 협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2023년 8월 한·미·일 3국 정상은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 억류자의 조속한 석방을 위한 공통의 의지를 천명했다. 이런 정상외교 노력은 앞으로도 지속돼야 한다. 국제사회와 공조해 “조국이 억류자들을 잊지 않고 있음”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문제 해결의 첩경이다.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전 외교부 북한인권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