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대 증원에 반발해 7개월 넘게 의료현장을 떠나있는 전공의들에게 공식석상에서 처음으로 사과했다. 정부가 올해 안에 의사 인력수급추계위원회를 출범하기로 한 데 대해 의료계가 ‘정부의 사과’를 위원회 참여 조건으로 내건 상황이라서 의정갈등 해소의 계기가 될 지 주목된다.
조 장관은 이날 의료개혁 추진상황 브리핑에서 “의료현장의 어려움이 7개월 이상 이어지고 있다”면서 “국민 여러분, 특히 환자와 가족분들께 의료 이용에 많은 불편을 드리고 있는 점에 대해 보건의료정책 책임자인 복지부 장관으로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개혁 추진 과정에서 필수의료에 헌신하기로 한 꿈을 잠시 접고 미래의 진로를 고민하고 있을 전공의 여러분을 생각하면 매우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라며 “전공의들과 의대 교수님들이 오랜 기간 걸쳐 요구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필수의료에 대한 정당한 보상,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등에 대해서도 정부는 무겁게 받아들이며 조속히 정책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날 적절한 의사와 간호사 수 추계 등을 위해 올해 안에 인력수급추계위원회를 출범하기로 하고, 다음달 18일까지 위원 추천을 받기로 했다. 인력추계위는 위원 13명 중 의사 등 해당 직종 전문가가 7명 포함된다.
인력수급추계위는 의사·간호사·한의사·치과의사·약사 등 직종별로 설치하되 이번엔 1차년도 추계 대상 직종인 의사와 간호사 추계위를 먼저 구성한다. 추계위는 13인으로 구성하되, 해당 직종 공급자단체 추천 전문가 7인, 환자단체‧소비자단체 등 수요자 추천 전문가 3인, 관련 연구기관 추천 전문가 3인으로 구성된다. 수요자 및 연구기관 추천 위원 6인은 모든 직종별 추계위 위원으로 공통적으로 참여해 안정성과 논의 일관성을 확보하기로 했다. 추계작업 실무 지원 기관으로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내에 ‘의료인력수급추계센터’를 설치하고, 직종별 대표 과반수와 추천 전문가로 구성된 ‘직종별 자문위원회’도 별도 구성‧운영한다. 아울러 최종적인 정책 의사결정은 보건의료정책 법정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에서 결정된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추계논의기구 구성은 바람직하지만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 등 잘못된 의료정책을 강행해 현재의 의료대란을 초래한 것에 대해 먼저 사과하라”며 “정부가 분명한 입장변화를 보여주지 않는 한 모든 논의에 참여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이날 ‘한의사 추가교육을 통한 양의사 부족 문제 해결 방안’을 주제로 간담회를 열고 “한의사에게 추가 교육을 실시해 의사 인력을 조기에 배출하고, 의대정원 증가폭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한의과대학과 의과대학의 교육 커리큘럼이 75% 유사하다”면서 “한의사에게 2년 추가 교육을 통해 의사 면허를 부여한다면 빠른 의사 수급이 가능하다”고 했다.
의료계는 이에 “수의사나 간호사들도 추가 교육을 통해 의사를 만들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의사들은 특히 “한방 의사들에 대한 의료소송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며 “한의사 출신 의사가 배출되면 피부·미용·통증 시장으로만 유입되고 바이탈(필수의료)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다음달 3일 오후 1시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 광장에서 의학교육평가원 무력화 저지를 위한 결의대회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