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인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 과정에 불거진 법정 다툼에서 법원이 일단 고려아연 측의 손을 들어줬다.
고려아연이 '자사주 매입'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이에 고려아연은 영풍과의 지분 확보 싸움에서 일단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김상훈 부장판사)는 2일 영풍 측이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을 상대로 제기한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 결정했다.
재판부는 고려아연이 영풍의 특별관계자로 자본시장법에 따라 자사주 매입이 불가능하다는 영풍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본시장법상 특별관계자란 특수관계인과 공동보유자를 의미하는데, 같은 법 시행령에 따라 공동보유자가 아님을 증명하는 경우 특수관계인에 해당하지 않는다.
공동보유자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주식 등을 공동으로 취득하거나 처분하는 행위, 주식 등을 공동 또는 단독으로 취득한 후 그 취득한 주식을 상호 양도하거나 양수하는 행위,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는 행위를 할 것인지 합의해야 한다.
재판부는 영풍과 고려아연이 이에 대해 명시적인 합의를 한 사실이 없다고 봤다.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신주발행무효의 소를 제기하고, 고려아연이 영풍의 공개매수에 대해 명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시한 점 등도 양측이 이에 대해 합의하지 않았다는 판단의 근거가 됐다.
아울러 재판부는 고려아연이 이사의 충실의무 및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했다는 영풍의 주장에 대해서도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앞서 영풍과 사모펀드(PEF) 운영사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의 경영권 확보를 위해 공개매수에 나서겠다며 공개매수 기간(9월 13일~10월 4일) 동안 고려아연이 자사주를 취득할 수 없도록 해 달라고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자본시장법 제140조에 따르면 공개매수자와 그 특별관계자는 공개매수 기간 공개매수 대상 회사의 주식을 공개매수 외의 방식으로 매수할 수 없다.
법원의 결정에 따라 고려아연은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거론된 대항 공개매수와 자사주 매입을 병행할 수 있게 됐다.
고려아연은 즉시 이사회를 열어 자사주 매입을 의결하고, 경영권 방어를 위한 지분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은 최근 기업어음(CP) 발행으로 4천억원을 마련하는 등 자사주 매입을 위한 '실탄'을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영풍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고려아연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공동으로 세운 회사다. 현재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 일가가 경영을 담당하고 있다.
2022년 최윤범 회장 취임 이후 최씨 일가와 영풍그룹 장씨 일가 간 고려아연 지분 매입 경쟁이 벌어지면서 두 회사는 경영권 갈등을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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