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가 경쟁사에 운행정보 등 영업 비밀을 실시간으로 달라고 강요하고, 이를 거부할 경우 ‘카카오T’ 애플리케이션 일반호출 서비스(콜)를 차단하겠다고 압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일반호출 서비스 시장에서 약 96%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상황에서 ‘콜 차단’을 무기로 한 압박에 타다 등 경쟁사들은 소속 기사들과 무더기 계약해지 사태를 겪거나 경쟁력을 잃어 시장에서 퇴출됐다. 이런 불공정행위를 통해 카카오모빌리티는 2020년 51% 정도였던 가맹호출 서비스 ‘카카오T블루’의 점유율을 2022년 80%까지 높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일 카카오모빌리티가 우티·타다·반반·마카롱택시 등 경쟁사에 영업상 비밀을 제공하도록 제휴계약 체결을 요구하고, 거절하면 카카오T의 일반호출 서비스를 차단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724억원(잠정)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는 아울러 카카오모빌리티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카카오모빌리티에 부과된 과징금은 시장지배력 남용 행위 사건 기준 역대 네 번째로 많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2월에도 자사 가맹택시에 콜을 몰아준 행위가 적발돼 27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자체 플랫폼을 통해 2015년 3월부터 일반호출 서비스를 개시했고, 2019년 3월에는 자회사를 설립해 카카오T블루 가맹택시 사업을 시작했다. 일반호출 서비스는 모든 중형택시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카카오모빌리티는 이 시장에서 점유율이 96%(2022년 기준)에 달해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가진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일반호출 서비스를 통해 수수료 대신 운행정보를 수집하고, 가맹호출 서비스를 통해서는 플랫폼 사용료 등을 받는다.
조사결과 카카오모빌리티는 2019년 말 카카오T블루 가맹기사 모집을 확대하고, 경쟁사를 가맹택시 서비스 시장에서 배제하기 위한 방안으로 일반호출 차단을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카카오모빌리티는 일반호출 차단이 통상적인 거래관행에 반하고,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높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 실제 공정위가 확보한 문건을 보면 카카오 법무팀은 일반호출 미지급이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그럼에도 2021년 5월 승객의 브랜드 혼동 등 각종 구실을 만들어 일반호출 차단을 실행에 옮겼다. 구체적으로 카카오모빌리티는 경쟁사로부터 핵심 영업비밀인 소속 기사의 정보, 택시 운행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수집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제휴계약 체결을 요구했다. 또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경쟁사 소속 기사에 대해 카카오T 일반호출을 차단하겠다고 압박했다.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이런 행위에 대해 “경쟁 사업자가 어떠한 선택을 하더라도 가맹택시 시장에서 카카오와 정상적인 경쟁을 불가능하게 만든 요구였다”고 판단했다. 경쟁사 입장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제휴계약을 받아들여 영업비밀을 제공하면 가맹택시 서비스 시장에서 자사 경쟁력이 크게 약화되고, 그렇다고 제휴계약을 거부하게 되면 일반호출 차단에 따라 소속 기사들과의 가맹계약 유지 등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카카오모빌리티 제휴계약 체결에 응하지 않은 우티와 타다는 자사 소속 기사 아이디가 각각 1만1561개, 771개가 차단되는 등 대규모 가맹계약 해지 사태나 신규 가맹기사 모집에 어려움을 겪었다. 타다의 경우 소속 기사들의 가맹해지가 폭증하자 ‘울며 겨자먹기’로 카카오와 제휴계약을 체결, 현재까지 운행정보 등 영업비밀을 제공하고 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이런 행위에 따라 가맹택시 시장에서 카카오T블루 시장점유율이 2020년 51%에서 2022년 79%까지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반면 타다·반반택시·마카롱택시 등 경쟁사들은 사업을 철수하거나 사실상 퇴출됐고, 카카오모빌리티 대비 점유율이 10분의 1 정도에 불과한 우티만 시장에 남게 됐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번 조치는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는 거대 플랫폼이 시장지배력을 부당하게 이용해 인접시장(가맹호출)에서 경쟁사업자와의 공정한 경쟁을 제한함으로써 인접시장으로 시장지배력을 확대하는 반경쟁적 행위를 제재한 것”이라면서 “경쟁사에게 영업비밀 제공을 요구해 자신의 영업전략에 이용하는 행위가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고 판단한 사례이기도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