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세계에서 가장 국제화된 경제 중 하나라는 인식이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국제화는 무역과 국제 투자, 인재 이동의 세 가지 축으로 이뤄지는데 한국은 이 중 주로 무역, 특히 수출에만 집중해왔다. 오늘날의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에서, 한국은 더 포괄적이고 균형 잡힌 국제화 정책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국가 경쟁력의 원천은 이제 무역과 투자를 넘어 인재의 자유로운 유입과 유출을 원활하게 하는 데 있다. 글로벌 인재 확보는 도시 경쟁력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은 1960년대 이후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루며 개발도상국의 좋은 성공 사례가 됐지만, 앞으로의 지속적 발전이 문제다. 한국은 글로벌 인재 유치 경쟁에서 두드러진 경쟁력을 보이지 못 하고 있다.
글로벌 인재 유치 경쟁에서 상위권인 국가·도시들의 공통점은 영어 사용과 경제 발전이다. 호주, 미국, 캐나다, 영국 같은 영어권 국가들 그리고 런던, 뉴욕, 싱가포르, 시드니 같은 영어 사용 도시는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의 용이성과 경제적 안정성 덕분에 상위권에 위치해 있다. 한국과 서울도 이러한 경쟁력 요소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인재 유치를 통해 도시와 국가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방향으로 민첩성(Agility), 벤치마킹(Benchmarking), 융합(Convergence), 전념(Dedication)이라는 네 가지 핵심 요소가 있다.
민첩성은 변화에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응하는 능력이다. 정부는 신속한 정책 집행과 더불어 절차의 간소화를 통해 다국적 기업과 글로벌 인재의 유입을 원활하게 만들어야 한다. 특히 비자 발급 절차를 간소화하고, 이민 정책을 신속히 개방해야 한다.
벤치마킹은 다른 국가와 기업의 성공 사례를 학습하고 자국 상황에 맞게 적용하는 전략이다. 이 같은 학습은 과거에 한국 발전의 필수 요소가 됐다. 앞으로는 나아가 영어 사용 확대를 포함한 글로벌 스탠더드에 기반한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융합은 다양한 역량과 자원을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성공이 그 예다. 실리콘밸리는 다양한 분야의 인재와 기술이 융합돼 많은 혁신 기업이 탄생한 지역이다. 한국도 적정 규모의 혁신 클러스터를 조성하기 위해 다문화적 직장 문화를 구축하고, 혁신적 도시 계획을 통해 다양한 인재와 기술을 결합해야 한다.
전념은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는 전략이다. 싱가포르가 작은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이룬 건 해외 기업과 인재 유치야말로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뚜렷한 목표를 세우고 집중적으로 노력했기 때문이다. 한국도 글로벌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글로벌 기업과 인재를 유치하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야 한다.
한국의 미래는 동북아의 허브가 될 수 있냐에 달렸다. 상품의 이동뿐 아니라 투자와 인재의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해야 한다. 동북아에서 가장 사업하기 좋고 생활하기 편리한 곳으로 만들면, 강대국 간 무역 또는 투자 전쟁의 여파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인재 유치를 잘 이끌어낸다면 우리나라 인구 감소에 대한 걱정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한국 경제는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갈 것이다. 인재 유치 경쟁력이야말로 도시와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다.
문휘창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