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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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무서워’할 대상 된 중국

이차전지·철강·이커머스… 韓, 기술력 우위만이 살 길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최근 ‘중국’을 잇따라 언급했다. 중국 가전제품에 대해 “디자인 변화, 에너지 효율, 여러 제품 다양화 측면에서 경계해서 봐야 한다”며 “중국은 이제 폄하할 대상이 아니고 무서워할 대상”이라고 했다. 과거 상대적으로 질이 낮았던 것과 달리 최근 중국기업들이 내놓는 가전제품들이 디자인이나 에너지 효율 등 모든 면에서 뛰어난 수준으로 올라왔다는 평가다. 조 사장은 LG그룹 사장단 워크숍에서도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중국기업의 경쟁력을 설명하고 그룹 내 다른 최고경영자들과 의견을 나눴다.

산업계 전반에서 중국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의 ‘역습’이라 할 만하다. 가전은 물론이고 석유화학, 이차전지, 철강, 전기차, 이커머스에 이르기까지 중국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이진경 산업부 차장

삼성과 LG 가전의 우수성은 인정하지만 로봇청소기는 중국 브랜드 ‘로보락’이 좋다고 추천한다.

중국 배터리 제조사 CATL은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1위 업체다.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중국 전기차는 이미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국내 중국산 전기차 수입액도 올해 들어 1조원을 넘어섰다. 버스 등 상용 전기차는 이미 중국 전기차가 대부분이다.

중국산 철강의 t당 가격은 한국산 철강 가격의 3분의 1 수준이다. 중국 내에서 물량을 소화하지 못하고 글로벌 시장으로 밀어내면서 우리 철강 업체가 고전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두 번 접는 스마트폰을 내놓은 것은 중국 화웨이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1위를 차지하고 있으나 2위 애플에 이은 3∼5위가 모두 중국 업체다.

중국 이커머스 알리익스프레스는 한국 시장 진출 후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국내 월간활성화이용자 기준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테무도 5위권 안에 있다.

중국 업체들은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기반으로 세를 확장하고 있다. 자원과 인력 등 중국 내 공급망을 갖춘 중국의 생산 능력은 한국 기업이 따라가기 어렵다. 물량 공세다. 자금을 쏟아부어 기술 수준을 끌어올리면서 “과거에 알던 중국이 아니다”라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 제품이 낮은 가격에 질도 좋아졌다고 인식되면서 경쟁 관계가 있는 한국 기업들이 곳곳에서 불리해지고 있다.

중국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수년 전부터 나왔다. 우려가 여전히 이어지고, 오히려 점점 더 위기감이 커지는 상황은 대책 마련과 신속한 실행을 미룰 수 없다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기업들은 기술력 우위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철저한 분석을 통해 시장에서 원하는 차별화된 제품을 고민해야 한다. 또한 첨단 반도체와 차세대 배터리, 자동차, 스마트폰 등 중국이 아직 따라잡지 못한 분야를 지켜야 한다. 중국의 추격이 거세 안주하고 있을 수 없다.

한국과 중국의 기술격차 유지는 기업뿐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에도 중요한 사안이다. 기업에만 맡길 일이 아니다. 중국 정부처럼 전폭적인 자금 지원까지 기대하지는 않는다. 적어도 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는 최소화해야 한다. 기업 혁신을 독려하고, 기업이 투자와 연구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일들이 무엇인지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진경 산업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