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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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 불러놓고 제 할말만 한 여야… 검사 탄핵 청문회 이번에도 ‘맹탕’

‘진술회유 의혹’ 박상용 검사 불출석
與, 질문 않고 “탄핵 소추는 부당”
민주는 이재명 검찰 수사 비판만
이화영 “李 사법처리에 일조 죄송”

“심문을 하려고 증인을 출석시켰습니다. 증인에 대해 가급적 질문을 하는 게 오늘 청문회의 주된 취지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2일 오전 ‘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검사 탄핵소추 사건 조사’ 관련 청문회에서 법사위원들에게 이같이 말하며 “이 점 감안해 심문해달라”고 요청했다. 국민의힘 송석준·곽규택 의원, 민주당 이건태·전현희 의원 등 법사위원 4명이 연달아 질의를 진행했지만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등 증인에게 아무도 질문하지 않자, 정 위원장이 직접 나서 증인 심문을 ‘독촉’한 것이다.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검사 탄핵소추사건 조사 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박 검사는 불출석했다. 뉴스1

실제 정 위원장의 질문 독촉 직후 질의를 진행한 국민의힘 조배숙 의원조차 증인에게 질문하지 않았다. 그러자 정 위원장이 “위원장 직권으로 여쭤보겠다”며 ‘쌍방울 대북송금’ 관련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수감 중 출석한 이 전 부지사에게 검찰 수사에 대해 질문했고, 여당 의원들 사이에선 “위원장은 질문할 수 없다”며 항의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야당 주도로 추진된 이날 박 검사 탄핵소추 청문회는 예상대로 여야 제각각 정쟁성 주장만 쏟아져 ‘맹탕 청문회’란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였다. 특히 탄핵소추 당사자인 박 검사가 불출석하면서 이 전 부지사 주장에 대한 교차검증 등이 불가했고 자연스레 청문회 목적인 ‘탄핵소추 사건 조사’도 퇴색할 수밖에 없었다.

 

이화영 전 경기도평화부지사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 열린 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검사 탄핵소추사건 조사 청문회에 출석해 정청래 위원장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이 전 부지사는 이날 검찰의 발언 회유 정황을 묻는 정 위원장 질문에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과 저를 포함한 사건 관계자가 두 달 정도 수원지검 1313호, 박상용 검사실 앞 ‘창고’라 쓰인 공간에서 대질이란 명분 아래 진술을 맞췄다”며 “진술이 틀리면 교정해주는 이른바 ‘진술 세미나’를 반복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김 전 회장이 ‘오늘은 갈비탕 먹고 싶다’고 하면 갈비탕이 나오고, ‘짜장면이 먹고 싶다’면 짜장면이 나오고 ‘연어가 먹고 싶다’고 하면 연어가 나왔다”고 했다. 이 전 부지사는 이밖에도 “검찰이 이 대표를 사법 처리하려고 혈안이 돼 있었고, 한때 그 흐름에 일조한 것을 대단히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반성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