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한강의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을 두고 예기치 못했다는 반응이 많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는 1년여 과정을 거친 철저한 심사 과정을 거쳐 선정된다. 전체 심사 과정은 비공개로 이뤄지며 수상자가 발표된 이후에도 후보자 심사 등 관련 정보 일체는 50년간 봉인된다.
15일 노벨위원회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수상자 선정 절차는 시상 해의 전년도 9월부터 일찌감치 시작된다. 수상 후보를 추천해달라는 서한을 전 세계 전문가 수백 명에게 발송한다.
후보 추천자의 자격은 한림원 소속 회원들과 그와 비슷한 목적의 학술기관·협회의 회원, 대학교의 문학·언어학 교수들에게 주어진다. 역대 노벨 문학상 수상자와 각국의 대표적인 작가협회에도 후보 추천 자격을 부여한다.
후보 추천 요청을 받은 전문가들은 시상 연도의 1월31일까지 답신을 보내야 한다. 노벨 문학 분과위원회(the Nobel Committee for Literature)는 추천받은 후보자들 명단을 검토한 뒤 심사를 관장하는 스웨덴 한림원에 보내 승인을 받는다.
그 뒤 추가 심사를 거쳐 4월에는 후보군이 15∼20명으로 추려진다. 노벨 문학 분과위원회는 이어 5월에는 이 중 5명을 다시 압축해 최종 후보군으로 선정한다.
본격적인 심사는 이때부터라고 볼 수 있다. 한림원 심사위원들이 이들 5명의 작품을 직접 읽고 평가하는 일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위원들은 6월부터 8월까지 작품들을 읽고 9월에 모여 각 후보의 문학적 기여 등을 토론한다. 여기에서 논의된 견해 등을 토대로 10월 초 투표를 거쳐 과반 가결로 수상자를 선정한다.
노벨위원회의 정해진 절차에 따라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도 이 시간표에 진행됐을 것으로 보인다. 한강이 1차로 15∼20명의 예비 압축 절차를 거쳐 본선에서 나머지 4명의 쟁쟁한 후보들과 겨뤄 과반의 표를 얻어냈다는 얘기다.
노벨위원회는 홈페이지에 구체적인 심사 기준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자격 있는 추천인의 추천이 필요하며 자가 추천은 안 된다는 최소한의 원칙만 밝히고 있다.
노벨위원회는 “노벨 재단의 규정에 따라 후보자에 대한 정보는 공적으로든, 사적으로든 50년간 공개하지 말도록 제한한다”며 이 제한 규정은 후보자들 및 후보 추천·지명자들, 수상과 관련한 심사·의견 등 모두에 해당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강 작가와 함께 어떤 이들이 최종 후보자 명단에 올라 겨뤘는지 등에 대해서는 앞으로 반세기 동안 비밀에 부쳐진다.
매해 노벨상 시즌이 되면 수상자를 둘러싼 무성한 관측이 나온다. 올해에도 온라인 베팅사이트 등에서 호주 소설가 제럴드 머네인, 중국 작가 찬쉐, 카리브해 영연방 국가 출신 자메이카 킨케이드, 캐나다 시인 앤 카슨 등의 노벨 문학상 수상이 점쳐졌다.
하지만 지난 10일 노벨위원회는 이런 예측을 모두 뒤엎고 한강을 수상자로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