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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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노브고로드 한글학교’에서 578돌 한글날 앞두고 ‘훈민정음 서문가’ 울려 퍼져

러시아 벨리키노브고로드의 한국문화 사랑
전쟁 중 러시아에 전하는 한글 노래 ‘훈민정음 서문가’에 가슴 뭉클
벨리키 ‘노브고로드 한글학교’ 학생 모두 러시아인, 고려인

러시아 벨리키노브고로드의 ‘노브고로드 한글학교’에서 지난 578돌 한글날을 앞두고 한글날 기념 노래로 ‘훈민정음 서문가(세종대왕· 강순예 작사, 전영준 작곡)’가 울려 퍼졌다. 전쟁의 고통 중에 세종께 마음을 전하는 듯한 이들의 노래에는 평화로운 세상을 바라는 간절함과 가슴 뭉클한 감동이 있다.

 

‘노브고로드 한글학교(교장 김영호)’가 있는 러시아 벨리키노브로고도는 러시아의 탄생지이자 가장 오래된 도시로, 모스크바에서 북서쪽으로 약 530Km,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남동쪽으로 약 200Km 거리에 자리 잡고 있다.

러시아 노브고로드 한글학교 학생들이 훈민정음 서문가를 배우고 있다.

노브고로드 한글학교 교사들은 노브고로드주의 주도인 벨리키노브고로드에서 한국어, 한국문화, 한국역사를 가르치며 재외동포들의 한민족 정체성을 높이며 이 지역에 한국을 알리고 있다.

 

이 지역이 2009년 처음 설립될 때, 한국인은 아무도 없었고, 고려인 동포들만 1000여 명이 거주하고 있었다. 그 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현대자동차 공장이 들어서면서 협력업체인 ‘DK RUS’가 이곳에 들어와 현재 한국인은 5명이 살고 있다.

 

하지만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이후 서방측의 경제제재로 러시아 국민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올봄부터 현대자동차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이 철수할 정도에 놓여 실업자 양산 등 경제적 고통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도 러시아로부터 비우호 국가에 포함되어 정치·경제·문화 등 한러교류에 재외국민들이 활동하는데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받고 있다.

 

러시아 벨리키노브고로드의 많은 사람이 앞이 보이지 않고 미래가 불안한 때에 노브고로드 한글학교는 지난 5일 한국문화 행사를 통해 잠시나마 모두가 즐겁게 함께 웃는 시간을 보냈다. 또한 한국과 한국문화를 알리며 이 지역에 희망과 사랑을 전했다.

 

노브고로드 한글학교 김영호 교장은 “매년 해오던 행사였지만 특히 한글날 행사를 겸한 이번 ‘2024 추석 행사'는 한국 알기 퀴즈게임, 한복 입어보기, 한국노래 부르기(훈민정음 서문가), 케이팝 커버댄스, 한국문양 색칠하기, 한식 체험, 달고나 체험, 한복 종이접기 체험, 윷놀이 체험, 바둑 체험, 투호놀이 체험, 제기차기 체험 등을 하며 불안하고 침체한 마음이 조금이나마 회복되어 웃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뜻깊었다”고 말했다.

러시아 노브고로드 한글학교 학생들 훈민정음 서문가를 부르고 있다.

교사 서향정씨는 “노브고로드한글학교 학생들은 한국인이라기보다는 거의 외국인들이다. 한국말을 못하는 고려인 학생들이 어려운 ‘훈민정음 서문가’를 접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한 자 한 자 읽어가는 모습이 참 대견했고, 노래로 빠르게 배워 선보일 수 있어 마음이 뿌듯했다. 하루빨리 이 아름다운 지구에 전쟁과 폭력과 불의가 사라지고, 모두가 평화롭게 사는 세상이 오기를 기도했다”고 밝혔다.

 

‘훈민정음 서문가’를 만든 ‘해사한’ 대표 전영준(작곡), 동시작가 강순예(작사) 씨는 “2019년 시작한 ‘지구 한 바퀴 <훈민정음 서문가> 부르기’가 지구 6개 대륙을 돌아 올해 5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많은 재외동포 한글학교가 참여했는데, 훈민정음 서문가가 러시아에서 울려 퍼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쟁의 두려움과 불안을 딛고 노브고로드 한글학교에서 전해 온 소식에 깊은 감동과 긴 여운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태해 기자 pth122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