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금정구청장과 인천 강화군수, 전남 영광·곡성군수와 서울시교육감을 뽑기 위해 16일 치러지는 재보궐선거는 4월 총선 이후 민심의 변화를 알 수 있는 바로미터로 꼽힌다. 올여름 국민의힘 한동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제가 출범한 뒤 첫 선거여서 양당 텃밭인 금정과 영광 선거 결과는 여야 대표의 지도력과 향후 정치적 입지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평가다. 이를 의식한 듯 한 대표는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15일 부산에 내려가 늦은 시간까지 유세를 도왔고, 이 대표는 대장동 사건 재판에 출석하느라 현장에 못 가는 대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시지 등을 통해 측면 지원했다.
◆금정 사수에 사활 건 與
국민의힘 내에서는 애초 여권 강세 지역인 금정과 강화 두 곳을 수성해야 ‘본전’ 정도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김건희 여사 관련 여론이 악화하는 데다 금정에선 야권 후보 단일화가 성사되면서 판세가 심상찮아졌다. 총선에서 여당에 탄핵 저지선을 사수해준 부산, 그것도 지난 9차례 지방선거 가운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폭풍이 남아 있던 2018년 한 차례만 제외하고는 모두 현 여당 출신을 밀어줬던 금정을 빼앗길 경우 거대한 파고가 일 수밖에 없다.
금정 수성에 실패할 경우 윤석열 대통령의 낮은 국정운영 지지도 때문이냐, 한 대표 책임이냐를 놓고 여권이 분열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만약 금정에서 지면 친윤(친윤석열)계에서 한 대표를 가만히 두지 않을 게 뻔하기 때문에 당이 시끄러워질 것”이라며 “한 대표 입장에선 반드시 이겨야 (윤 대통령과의) 독대에서도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중앙당 관여를 최소화하는 ‘조용한 선거전’을 펼쳤던 초반 전략을 뒤집어 부산 지역 현역 국회의원들은 물론 당 지도부를 총동원한 세몰이에 나선 것은 이 때문이다.
총선 패배 책임론을 딛고 당권을 잡은 한 대표로서도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됐다. 한 대표의 이날 금정 방문은 지난달 11일 이후 여섯 번째로, 강화를 두 번, 영광·곡성을 각각 한 번 찾았던 것과 대조적이다. 한 대표는 이날 대한노인회 부산 금정구지회와 간담회를 한 뒤 금정구 중앙대로와 장전역 일대에서 표심 구애에 나섰다. 한 대표는 장전역 유세현장에서 민주당 김영배 의원의 ‘혈세낭비 발언’을 재차 언급하며 “민주당은 금정과 여러분을 이용할 생각밖에 없다”며 “저희는 여러분의 종이다. 국민의힘을 이용해달라”고 호소했다.
4월 총선 당시 야권의 정권심판 공세에 ‘이(재명)·조(국) 심판론’으로 맞섰으나 쓴맛을 봤던 한 대표는 이번에 대응 기조를 전환해 ‘여당이 지원하는 지역 일꾼론’으로 맞서는 중이다. 특히 김 여사 문제와 관련해 공개 행보 자제, 대통령실 인적 쇄신 촉구 등 연일 직격탄을 날렸다. 국민의힘 김종혁 최고위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 70%를 넘어서고 있는데, 그래도 잘못된 것에 대해 지적하는 사람이 있구나, 당대표라도 앞장서서 이것을 개선하자고 얘기하는구나, 모두가 대통령에 대해 고개 숙이고 한마디도 못하는 정당이 아니구나 하는 것들이 오히려 중도·보수 유권자들에게 어필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광 혈투 벌이는 野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후보 단일화로 여야 일대일 구도가 성사된 금정에서 야당은 “정권심판 투표”를 호소하며 맞불을 놨다. 여당 ‘텃밭’에서 승리를 거둘 경우 야당의 대여 공세에는 보다 힘이 붙을 것으로 보고 연대를 꾀하는 모습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당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10·16 재보선에 대해 “이번 재보선을 통해 다시 한 번 국민의 목소리를 들려줘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정신이 번쩍 들도록 국민께서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혁신당·진보당이 3파전을 양상을 보이고 있는 전남 영광군수 선거에서 민주당이 지게 되면 야권 내 파장이 불가피하다. 민주당 텃밭인 전남 2곳(영광·곡성) 중 1곳을 내주는 꼴이 되기 때문에 이 대표 리더십에는 적잖은 타격이 될 것이란 예상이 많다. 당장 이 대표는 다음달 공직선거법 위반·위증교사 1심 선고까지 앞둔 터라 당의 단합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 입장에서 선고 결과에 따라 외풍이 거셀 텐데 그걸 돌파하려면 무엇보다 단합이 절실할 것이다. 그러니 호남의 지지가 탄탄하단 걸 다시 한 번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재보선 결과는 그간 야권 내 ‘우군’을 자처해온 민주당과 혁신당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금정구청장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나 영광군수 선거 과정에서 민주당·혁신당은 서로를 각각 “고인 물”·“썩은 물”이라 비판하는 등 칼날을 겨눴다.
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와 관련해 “민주당 일각의 지나친 견제의 도를 넘는 발언에는 유감을 표한다”며 “민주당의 힘만으로 대선에서 완전하게 승리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대선 0.73%포인트 차이의 아쉬운 패배가 그것을 보여준다. 소아 이기적인 발상, 분열적 사고로는 다음 정권교체에 또 한 번 실패를 범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조국 대표는 이날 밤 영광에서 마지막 유세를 통해 “영광군 변화와 혁신을 위해 과거와 결별하고 미래를 선택하자”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 영광군수 후보들은 유동인구가 많은 터미널과 전통시장, 사거리 등에서 연신 허리를 숙이며 한 표를 호소했다. 민주당 장세일 후보는 “마지막까지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호소하면서 영광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혁신당 장현 후보는 유세 차량을 타고 영광 일대를 돌며 “가장 청렴한 군수, 장현입니다”라고 마지막까지 청렴을 내세웠다. 진보당 이석하 후보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군민들의 마음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다”며 막판 돌풍을 일으켜 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