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자가 국내 주식시장에서 25거래일 연속 삼성전자를 순매도했다. 외국인의 역대 최장기간 순매도 타이기록이다. 3분기 저조한 실적에도 삼성전자가 최근 3거래일 연속 상승했지만 6만원대 초반에 머물고 있는 주된 요인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15일 코스피 시장에서 전날 대비 0.33% 오른 6만1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지난 11일 이후 3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날 기관과 개인이 순매수로 지탱해준 반면 외국인은 606억7000만원어치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로써 외국인은 지난달 3일 이후 25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지속했다. 앞서 외국인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인 2022년 3월25일∼4월28일 25거래일간 순매도한 바 있는데, 이는 1999년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뒤 가장 오랜 기간 순매도한 기록이다.
최근 외국인 순매도 금액은 2002년 3월 당시를 넘어섰다. 당시 외국인은 25거래일간 4조4200억원가량 순매도했는데, 이번에는 2배를 훌쩍 넘는 10조8543억원에 달한다.
외국계 투자은행의 연이은 혹평이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과 외국인 이탈을 부추겼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D램 업황의 고점론과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과잉 가능성 등을 언급하며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기존 10만5000원에서 7만6000원으로 낮췄고, 지난 7일에는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보고서를 추가 발표해 삼성전자 비관론을 더했다.
이후 맥쿼리도 지난달 말 보고서를 통해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공급 과잉으로 평균판매가격(ASP)이 하락해 삼성전자 업황이 위축될 것이라 분석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12만5000원에서 6만4000원으로 낮추고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국내 증권사의 시선도 전보다 싸늘해졌다.
상상인증권은 전날 삼성전자 주가의 추가 하락 가능성은 크지 않으나, 시장 수익률이나 비교기업 주가와 비교해 반등 모멘텀이 제약받고 있어 당장 비중 확대를 시도하기엔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는 분석을 담은 보고서를 내놨다. 경기·업황 사이클 막바지에선 1등 주자만 시장의 선택을 받는데, 그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HBM 등에서 실기한 삼성전자는 이 같은 혜택을 받지 못할 거라는 게 상상인증권의 분석이다. 또한 테크 밸류체인(가치사슬) 내에서 중간재 성격을 지닌 범용 반도체에 특화된 삼성전자는 글로벌 투자·제조업 경기 회복이 필요하지만, 이 역시 금리 인하 사이클의 누적 효과와 미국 신임 행정부의 재정 부양책 등이 반영된 뒤에야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김용구 연구원은 “글로벌 반도체 업황 피크아웃 논쟁 격화와 삼성전자의 산업 지배력·경쟁력 약화 및 실적 불확실성 심화의 ‘삼중고’ 국면에선 외국인의 수급 대응은 당분간 중립 이하의 경로를 따를 소지가 다분하다”고 내다봤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주가 낙폭이 과대한 만큼 반등을 모색하는 구간으로 삼성전자의 반도체 경쟁력 약화 우려를 불식하는 촉매와 계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