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전 여자친구와의 관계를 ‘불법 촬영’한 혐의를 받는 축구 국가대표 황의조(31) 씨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이용제 판사는 16일 오전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기소된 황의조씨의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황씨는 동의 없이 전 여자친구 2명에 대한 영상을 여러 차례에 걸쳐 촬영하거나 영상통화를 녹화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경찰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신상 관련 정보를 공개한 혐의도 있다.
영상 유포자는 황씨의 매니저 역할을 해왔던 형수 이모씨다. 이씨는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반포 등 혐의로 1·2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지난 9월 이 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판결을 확정했다.
경찰은 유포된 황씨의 영상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불법 촬영 정황을 포착해 황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지난 2월 황씨를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검찰은 지난 7월 황씨를 성폭력처벌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했고, 이날 징역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해자의 상처와 수치심이 극심했을 것으로 보이고, (영상이) 유포돼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며 “(황씨가) 진심으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반성을 하는 건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황의조는 "제 잘못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분과 저를 아끼고 응원한 대중들에게도 실망을 끼친 점 사죄한다"며 "저를 용서하지 못한 분에게도 사죄드리며, 피해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하며 눈물을 훔쳤다. 이어 "앞으로 축구선수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면서 선처를 구했다.
한편 황씨는 촬영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몰래 촬영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황의조 영상에 등장하는 피해자는 황씨 측의 불필요한 신상 정보 공개 및 사실 호도가 있다며 비판 입장을 냈다.
아울러 황씨가 불법 촬영을 저지른 것은 명확한 범죄에 해당하며, 황씨 측은 물론 축구협회 등도 성폭력처벌법에 위반되는 범죄 행위인 2차 가해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피해자 A씨 측 법률대리인인 이은의 변호사는 서초구 사무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황씨는 명백한 ‘불법 촬영’임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으며, 취약한 피해자를 겁박해 자신의 이해 관계에 따라 움직이게끔 ‘2차 가해’를 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황씨 측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대환은 입장문을 통해 피해자 역시 영상 촬영에 동의했으며, 합의 하에 영상을 삭제했고 1년 이상 교제를 이어가며 추가 촬영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장기 교제를 이어오면서 당사자의 상호 인식 아래 촬영, 삭제를 반복한 것이 ‘몰카’에 해당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A씨 측은 이와 같은 황씨 측 입장이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 변호사는 “피해자는 분명히 촬영에 동의하지 않았고, 촬영 사실을 알게 되자 삭제를 요청했지만 촬영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기에 황씨 측 변호인은 피해자 C씨의 신상을 특정할 수 있는 특정 표현을 넣어 2차 가해를 유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황씨의 출전을 허용한 대한축구협회 등에 대해서도 “축구만 잘한다고 국가대표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닌 만큼 2차 가해 발언을 자제해달라, 축협 차원의 징계 등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변호사는 황씨와 A씨 간 주고받은 메신저와 통화 내역 일부도 공개했다. 이 변호사가 공개한 메신저 내용에 따르면 A씨는 ‘싫다는 것을 분명히 얘기했는데, 왜 얘기하지 않았냐’고 황씨에게 물었고, 황씨는 ‘이렇게 될 줄 몰랐다’며 용서를 구했다.
A씨는 ‘불법 촬영을 했다는 것은 너 역시 인정해야 한다, 잘 마무리된다면 법적 조처를 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이후 이들은 약 20여분간 통화를 했다. 공개된 통화 내역 일부에 따르면 황씨는 미안하다며 변명을 반복했다. A씨는 “불법촬영을 한 것을 인정해야 한다”며 황씨를 질타했다.
그러나 통화에서도 불법촬영을 인정했던 황씨는 약 2시간 후 태도를 바꿔 메신저를 통해 ‘불법 촬영은 아니었지만, 내가 부주의한 바람에 영상이 유포됐다’, ‘유포자를 먼저 잡아야 한다. 변호사님이 도와주실테니 걱정 말고 고소를 같이 도와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차라리 잊혀지고 싶다. 조용해지게 제발 부탁한다’고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