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16일 김 여사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저장본이 “2000장이 넘는다”고 주장해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전날 명씨가 공개한 카톡 대화에는 “철없이 떠드는 우리 오빠 용서해주세요. 무식하면 원래 그래요” 등의 김 여사 발언이 담겼다. 이를 두고 친윤(친윤석열)계는 “친오빠를 지칭한 것”이라고 옹호에 나섰지만, 친한(친한동훈)계는 “본질은 왜 명씨와 접촉했냐는 것”이라며 김 여사를 직격해 당내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이날 명씨는 CBS 라디오에서 공개한 통화 녹취록에서 “오빠란 말이 있는지 없는지 기억 안 나요. 그게(카톡 대화 저장본) 한 2000장 돼요”라며 “최고 중요한 것만 까도 한 200장 이상 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여사하고 주고받은 문자는 애피타이저도 아니다”라며 추가 폭로를 시사했다. 명씨는 또 노컷뉴스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으로부터 ‘체리 따봉’ 이모티콘을 받았다며 “나보고 ‘일 잘한다’는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앞서 명씨는 “(나를 구속하면) 한 달이면 (윤 대통령이) 하야하고 탄핵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명씨가 연일 윤 대통령과 김 여사와의 막역한 관계를 주장하며 폭로를 이어가자 야권은 ‘국정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압박에 나섰다.
여권에선 ‘김 여사가 말한 오빠는 친오빠’라는 대통령실 해명을 두고선 갈등이 고조됐다.
친한계인 김종혁 최고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황당하다”며 “지난번에 ‘여사 라인은 없다’라고 발표한 것이나 이번에 ‘친오빠’라고 얘기하는 것들이 만약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다면 대통령실 신뢰가 완전히 무너져 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 친한계 핵심 관계자도 “김 여사가 모든 문제의 중심”이라며 “당이 윤 대통령을 지지해 정권 교체를 이룬 것이지, 대통령 부인을 책임지겠다는 것이 아니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친윤계는 “한핵관(한동훈 핵심 관계자)들의 자해쇼”라며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장예찬 전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이같이 말하며 “김 여사 문제를 한 대표가 도구화하고 이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김 여사가 대통령을 ‘오빠’로 호칭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있다”며 대통령실 해명에 힘을 실었다. 대통령실 출신 강명구 의원도 SBS 라디오에서 “당·정·대 다 쇄신을 해야 하는데, 여사를 콕 집어서 라인을 만들어 그분들만 책임지라 하는 건 일종의 프레임”이라고 반발했다.
대통령실은 더 이상의 대응은 자제하겠다는 기류다. 전날 명씨가 공개한 대화 저장본에 대해서는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예외적으로 해명한 것일 뿐 무대응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일각에선 명씨의 주장이 윤 대통령이나 김 여사 본인이 아니면 정확히 알기 어려운 내용이라는 점에서 대통령실의 해명이 어느 수준까지 검토한 뒤 나가는 것이냐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편 국민의힘은 명씨가 일반당원 신분임을 파악하고, ‘당원 명부 유출 의혹’에 대한 당무감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서범수 사무총장은 이날 취재진에게 “당무감사 결과에 따라 징계는 징계대로 하고 문제가 있다면 (수사기관에)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